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대해 말할 때 그들은 본질적인 것에 대해 물어보는 법이 없다. 
-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요즘 게임 웹진의 모바일 게임 소개 글을 보면 대기업 위주, 판매 순위 위주... 물론 잘 팔리는 게임이 재미있을 순 있지만, 아닐 수도 있거든. 엄청 재미있어도 홍보에 밀려 알려지지 않은 게임도 엄청 많다고 봐. 그래서 좀 색다른 분석이 여기에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조금씩 글을 올리려고 해. 물론 내 주관이나 분석이 듬뿍 들어가고, 오로지 왜 재미가 있는지만 분석할 거야. 좀 색다른 모바일 게임 분석을 보고 싶다면 이제부터 천천히 구경해줘.

 

오늘 소개할 게임은 Bacon - The Game. 2018년에 나온 게임이고, 독일의 인디 개발자 Philipp Stollenmayer가 만들었어. 이 게임은 단순해. 아래로 베이컨을 떨어트리고, 이 베이컨을 목적지가 있는 곳에 떨어트리지 않고 놓으면 돼. 여기까지만 보면 매우 단순한 게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볼 땐 정말 대단해! 대단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게임이야.

 

출처 : Bacon - The Game 구글 플레이 스토어 소개 이미지

 

◼︎ 베이컨을 던진다는 발상

일단 대부분의 인디 게임이 그렇지만, 이 게임은 재료가 너무 좋은 게임이야. 재료가 좋다는 건 무엇을 말하느냐. 설명해볼게.

 

우리가 게임을 한다고 하자. 그럼, 게임은 우리에게 자극을 주게 돼. 이 자극은 그림 형태가 될 수 있고, 소리 형태가 될 수 있고, 글자 형태가 될 수 있어. 이 중에 그림과 소리는 매우 큰 역할을 차지해. 왜냐하면 게임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보여주기의 콘텐츠"이기 때문이지. "보여주기의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다음에 또 이야기할게. 아무튼 그래서 많은 자본을 소유한 상업 게임 회사는 인디 게임 개발자보다 게임을 만들기 유리해. 좋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많이 일하는 회사의 게임일수록 그 게임의 보여주기는 훨씬 멋지게 바뀌겠지. 반대로 말하면 인디 게임은 그만큼 밀린다는 거구. 따라서 유저에게 주는 자극이 덜하겠지. 그럼, 이 게임은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그 간극을 줄였을까?

 

일단 베이컨을 던지는 게임, 굉장히 신선해. 상업 회사라면 나오기 힘든 주제야. 만약에 너가 게임 개발자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그런데 초기 기획 회의에서 손을 들고 말해.

 

"베이컨을 던지는 게임은 어떨까요?"

 

무슨 반응이 올까. 일단 위아래로 동의와 의문, 반발이 있겠지. 그리고 너가 성공한 디렉터든, 그렇지 않든 계속 진행한다고 하자. 맨 마지막에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한마디 할 거야.

 

"그래서, 비슷하게 성공한 예가 다른 게임에도 있나요? 이거 책임질 수 있어요?"

 

아니, 아이디어로 시장에서 싸우는 게임인데 다른 데 나왔으면 우리가 이걸 낼 때쯤이면 신선하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아. 회사는 결국 누가 책임지느냐의 싸움이고, 결국은 당신의 아이디어는 씨알도 안 먹힐 확률이 매우 높다는 거지. 이거 니 머리 속의 망상이 아닌가요 라고 하실 분들도 있을 거야. 근데 나도 이런 망상은 별로 하고 싶진 않았어... 다 경험에서 나온 말입니다. 물론 이렇지 않은 회사도 많을 거라고 믿어요.

 

다시 돌아와서, 베이컨을 프라이팬에 구워서 던지는 이 게임은 인디이기에 나올 수 있었고 그래서 매우 신선하다. 게다가 주방에서 부모님이 요리하는 걸 흔히 봤을거라 친숙하기까지 하지. 신선하면서 친숙한 아이디어를 고른 점에서 이미 이 게임의 재료 선택은 완벽하다고 봐. 여기에 프라이팬에 베이컨이 닿았을 때 나는 굽는 소리. 캬. 이것도 신선하면서 친숙하니 없는 중독성도 생길 것 같아. 나는 이 두 가지의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구현했다는 것 자체에 크게 박수를 치고 싶어.

 

고작 이걸로? 라는 분들이 많겠지만 나는 칼로 싸우고 치고받고 숫자만 계산하는 그런 형태의 게임은 오히려 참고할 게임이 많아서 아이디어를 찾긴 더 쉽다고 생각해. 찾기 힘든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는 사람을 본다면 난 그 분을 존경할 것 같아. 그런데 그 재료가 신선한데 친숙하다? 그러면 우와 이걸 어떻게 찾았어요, 그리고 이걸 요리로 만들 생각을 했어요? 라고 감탄하는 거지. 이 게임도 그렇다는 거야.

 

그런데, 단지 베이컨을 굽고 던지는 게 게임이 될까? 내가 이 게임의 개발자라면 고민을 했을 것 같아. 그럼 어떤 조건이 더해져야 중독성을 유지하는 게임이 될까?

 

◼︎ 고민이 엿보이는 조작

게임 기획에서 중요한 부분은 많지만,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이걸로 하고 싶어.

 

1. 유저가 무엇을 할 수 있게 정하는가.

2. 유저가 무엇을 못 하게 할 것인가.

 

베이컨을 굽고 던지는 게임에서 무엇을 못 하게 하면 재미를 느끼고 몰입할까. 우선 베이컨이 떨어지는 각도를 유저가 정할 수 없어. 유저는 오로지 떨어지는 각도를 계산하고 타이밍을 잡아야 해. 여기서 몰입 + 학습의 요소가 하나 만들어지지. 집고 있는 손가락의 좌우로 베이컨이 흔들리는데, 버튼을 누르면 베이컨이 밑으로 떨어져. 그리고 그 베이컨이 프라이팬에 닿고 나서 버튼을 눌러야 베이컨이 날아가지.

 

그리고 베이컨 역시 일정한 움직임을 하지 않아. 마치 젤리처럼 흔들리며 움직이는 데 이 부분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봐. 놀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생각해 봐. 게임 속 베이컨을 실제 베이컨처럼 물리 구현을 하고 날린다면 정말 재미가 없었을 거야.

 

내가 추측해보면, 최초 제작(프로토타입)에선 물리적 구현과 재미를 찾는 데 신경을 썼으리라고 봐. 젤리 형태의 물체를 일정 위치로 옮기는 형태를 매우 꾸준히 실험했겠지. 그리고 그 재미에서 확신을 느낀 뒤에 베이컨이라는 매우 친숙하지만, 게임에선 낯선 이미지를 가지고 왔을 거야.

 

젤리의 움직임을 물리 엔진으로 구현해 랜덤 요소를 넣었어. 여기에 반복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힘 조절을 학습하도록 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유저가 도저히 클리어하지 못하겠다는 느낌이 전혀 없도록 한 거야. 흔히 요즘 나오는 게임은 돈을 쓰지 않으면 이기지 못하는 구간이 존재해. 하지만 이 게임은 약간의 유치함에서 오는 분위기, 그리고 단순히 프라이팬으로 날리는 간단한 조작이 유저로 하여금 하다 보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지. 하지만 이런 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 또한 개발자의 노력(여기엔 스테이지 난도 조절이 필수)이 들어간 부분이고, 난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럼, 베이컨을 일정 위치에 놓는데 성공하면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

 

◼︎ 뒷 마무리가 깔끔한 게임

일본 모바일 게임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게임이 있어. 몬스터 스트라이크モンスターストライク(モンスト)라고. 나도 이 게임을 회사 다닐 때 아주 지겹도록 했었어. 당시에 이 게임이 매출 1위를 꾸준히 유지했거든. 이 게임은 게임 조작이나 설계 관련해서 칭찬할 게 많은데(물론 비판할 것도 아주 많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스테이지 클리어 직전에 나오는 배경음이야. 햐... 난 아직도 그 노래 생각이 날 때마다 다시 설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빰 빰빰빰빰~ 할 때는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구. 그 느낌, 그게 바로 내가 게임을 하는 목적이거든. 긴장되는 상황에서 이루었다, 성취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지.

 

오늘 소개하는 게임 역시 성취감이 매우 뛰어나. 클리어 직후 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게임 콘셉트하고도 어울리고, 매우 흐뭇한 느낌이 들어. 마치 경양식 집에 가서 마무리로 달콤한 과일 주스를 먹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건 직접 들어봐야 느낄 거야. 사소할 수 있지만, 이 성취와 관련된 효과음은 난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이 게임은 그 사소한 것도 챙길 만큼 매우 세심하게 게임을 만들었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게임이란 생각이 들어.

 

그리고 게임은 일직선 스테이지 진행형으로 되어 있는데,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장애물을 배치했어. 장애물의 위치나 크기뿐만 아니라 형태나 시각적인 자극도 뛰어나서 가끔 피식하고 웃음이 나올 때도 있지. 위의 사진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심심한 편이고, 가끔 이런 게 나와? 하고 재밌을 때도 있어. 이러한 배치 역시 개발자의 감인데, 이 역시 센스고 신경을 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

 

물론 이 게임엔 자잘한 버그, 그리고 단순한 스테이지 진행으로 질리는 부분이 존재해. 하지만 1인 개발자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렇게 만든 건 분명 좋은 게임이야. 적어도 거기서 거기인 양산형 게임들에 비한다면야.

 

 

오늘 소개할 내용은 여기까지야. 사실 내가 지금까지 썼던 리뷰는 문어체에, 아주 딱딱한 내용이었는데 어땠는지 다들 궁금하네. 참고로 이 게임 소개는 내돈내산... 아니 내플내리(내가 플레이하고 내가 리뷰)한 게임이야. 홍보도 아니고, 정말 내가 몰입하거나 재밌었던 모바일 게임만 올릴 거니깐 오해하지 말고 봐줬으면 해. 그럼, 다음 시간에 봐~ 안녕.

 

궁금한 거 있음 댓글 달아줘~ 그리구 리뷰 원하는 모바일 게임이 있으면 올려줘. 내가 플레이해보고 결정할게. 똥겜이면 정말 처절하게 깔 거야. 그럼, 진짜 안녕!

 

#링크

- 앱 스토어

https://apps.apple.com/kr/app/bacon-the-game/id1413085106

- 플레이 스토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de.kamibox.bacon&hl=kr&gl=KR 

 

#얼룩소 원문 링크

https://alook.so/posts/latOBzj

 

[모바일 게임의 재미] 반복하는 재미를 찾고 싶다면 (Bacon - The Game) by 얀코 - 얼룩소 alookso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대해 말할 때 그들은 본질적인 것에 대해 물어보는 법이 없다.  -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요즘 게임 웹진의 모바일 게임 소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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