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포가튼사가 리뷰 - 한국 최초의 프리시나리오 RPG


시작하면서
지금의 게이머들에게는 약간 생소하겠지만 옛 게임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2~30대 게이머들에게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패키지 게임이 있다. 누군가에겐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게임으로, 누군가에겐 끔찍한 버그와 불편한 인터페이스로 기억되며, 발매 후 1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게임을 기억하고 있는 게이머가 많을 정도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것은 이 게임이 지금의 게이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톡톡 튀는 개성으로 유명한 손노리[각주:1]2번째 RPG게임[각주:2], 포가튼사가를 알아보도록 하자.



▲ 국산 최초의 프리시나리오 게임의 탄생


전작의 명성을 이어서

1990년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각주:3], 다크사이드 스토리[각주:4] 등 초창기 대한민국 게임업계에서 보기 드문 흥행작을 선보인 손노리는 포가튼사가라는 또 하나의 RPG 신작을 준비한다. 이 게임은 판타그램사와 손노리팀이 합작으로 개발한 RPG 게임으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외전격의 게임이었다. 당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었고, 따라서 게이머들은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포가튼사가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한번의 성공을 경험한 손노리는 제작에 자신감이 있었고 차기작을 기대하는 게이머들의 관심에 힘을 얻어 좀 더 신선한 RPG게임을 구상하기로 했다. 그래서 포가튼사가는 개발 초기부터 파격적인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였다. 국내 게임 회사는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미국식 RPG의 자유도를 메인 기획으로 잡은 것이다. 이것은 당시 주류였던 일본식의 스토리 중심적 RPG를 거부하고, 조금 더 게이머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토리가 흘러가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기에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 게임 역사상 최초의 프리 시나리오 게임[각주:5]의 등장을 의미하였다.



험난한 발매여정
포가튼사가의 개발 소식이 최초로 나오게 된 것은
1994년 말이며 정식 개발은 1995, 다크사이드 스토리 발매를 이후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앞의 사람이 개척한 길을 따라가는 것은 쉬워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걸까? 포가튼사가가 부족한 예산과 경험 등으로 발매 예정일이 지연이 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 당시 대한민국 게임업계가 아직 미숙한 단계였음을 시인하는 것이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당시 게임 업계는 첫 걸음마를 떼는 과정이었고 게임 제작 외의 유통이나 재무적인 부분에선 미흡한 점이 많았다. 포가튼사가의 경우 예약판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선 입금을 받고, 그 돈으로 게임개발을 원활히 하고자 한 게 결국 부메랑이 되어 게임개발에 큰 타격을 입었다. , 유통 측이 예약을 받으면서 발매 시기를 예약자에게 알려주어야 하였고 그 발매 일정에 맞춰 게임을 개발해야 했기에 제작측은 일정에 맞춰서 무리하게 게임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게다가 게임개발은 생각보다 더딘 속도로 진행되어서 발매 날짜는 계속해서 미뤄져 갔다. 무려 1년을 가까이 발매가 미뤄진 덕분에 수많은 예약자와 일반 게이머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손상을 입게 되었다. 그렇게 1997년 11월 비운의 작품이 출시되었다.



버그와 비판점

지금 우리가 포가튼사가를 이야기 할 때 .. 그 버그 많은 게임.”이라고 흔히 떠올릴 정도로 포가튼사가는 버그로 유명해진 게임이다. 당시 포가튼사가 최초 정품 버전을 플레이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손노리에 대해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버그가 많았다.[각주:6]사실 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예를 들어 체이시란 눈 먼 소녀가 등장하는 이벤트는 버그로 인해 다음 패치에서 삭제가 되었고, 팔라딘의 기술 중 턴 언데드라는 기술 역시 버그로 인해서 효과가 삭제되었다.(턴 언데드를 써도 몬스터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착용 악세사리 등도 전혀 효과가 없는 아이템이 많을 뿐더러, 후에 HEX에디터를 통해 게임 상에는 구현이 안 되어 있지만 게임 내 데이터 상에는 남아있는 아이템도 있다.[각주:7]결국 이 게임을 사게 된 사람들은 완전한 게임이 아닌 불완전한 게임을 사게 되는 것이다.(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출시된 패키지의 로망이라는 버전에서는 버그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당시 발매된 게임들과 비교를 해도 상당히 떨어지는 그래픽과 게임 인터페이스를 보여준다. 포가튼사가의 경우 전작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그래픽에서 크게 발전을 하지 못한 그래픽과 320X200의 저해상도를 보여준다. 이것은 먼저 출시된 파이널판타지 7[각주:8], 영웅전설 3[각주:9]같은 게임들의 그래픽과 비교를 해보면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파이널 판타지의 경우는 640X480의 고해상도였다) 또한 게임 인터페이스 역시 당시의 유명 게임들에 비하면 불편한 감이 있었다. 전투 중에 화면상에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할 수 있던 다른 게임들에 비해 포가튼사가는 일일이 버튼을 클릭하고 확인을 해야지 자신의 HPMP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체이시 이벤트는 버그로 인해 삭제되었다

재미와 풍자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게임은 재미가 있었다. 우선 위의 일본 게임들은 분명히 포가튼사가에 비해서 많은 인력과 개발비를 투자한 세련된 게임이었다. 그러나 차별화를 선언한 포가튼사가의 재미는 남달랐다. 우선 게임 시작부터 자신의 캐릭터를 직접 생성한다는 것은 그 당시 유저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게다가 유저의 여자친구 이름을 정해주는 세심함도 보여줬다. (여기서 게임 진행이 안된다며 버그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것은 단지 게이머가 게임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게임 속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느낌을 느끼게 하였다.


프리시나리오는 게임의 자유도와 신선함을 부여하였다. 포가튼사가는 기존 게임처럼 게이머가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일방통행식의 게임이 아니었다. 게임 속의 아바타가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는 오로지 게이머의 의지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 당시 프리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포가튼사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프리시나리오 자체가 하나의 정해진 시나리오가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의 루트를 직접 찾아야만 했고 이것을 공략하는 이른바 고수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정보들이 인터넷상이나 커뮤니티에서 나돌게 되었다.[각주:10] 이것이 더욱 게임에 대한 몰입도(또 모르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를 높일 수 있었고, 지금도 일부 게이머들이 포가튼사가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마지막으로 손노리 특유의 개그다. 이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하면 필자는 무엇보다도 손노리가 직접 게이머와 대화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시의 해외게임에선 결코 게임 속 주인공이나 NPC가 게임 속 세상 그 이상은 이야기 하지 않았다. 오로지 게임 속 이야기에 충실하는 것이다.(그것이 게임의 미덕이니 당연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포가튼사가를 살펴보자. 우선 첫 시작점인 고락스마을의 퀘스트에서 부부싸움이라는 퀘스트를 해결하면 부부는 게이머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접을 하고 싶지만 주머니사정이 영..” 무엇을 느끼게 되는가? 다른 게임이라면 분명히 퀘스트 완료에 대한 댓가로 무언가를 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선 주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필자는 당시 IMF라는 경제위기를 게임속에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이머는 부부가 게임 속 NPC라는 한계를 넘어서 마치 실제 부부와 대화를 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피식하며 쓴 웃음을 짓게 된다. 포가튼사가는 게이머와 소통을 하는 최초의 국산게임이었다.

이 외에도 게임을 빨리 끝내라고 아우성대는 아줌마, 뻥가튼사가가 발매되었다고 사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을 하는 꼬마, 불법복제를 막겠다고 CD 케이스속 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며 게임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패스맨도 등장했다.(이 캐릭터는 게임속에서 퀘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당시 인기를 끈 이경규의 양심냉장고를 패러디하였다) 이 외에도 당시 유행하였던 대전격투게임 킹 오브 파이터즈의 캐릭터들을 패러디하며[각주:11] 당시의 게이머들과의 유행코드를 맞추려고 노력하였다. 지금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패러디들을 예전부터 손노리는 게임으로 보여주었다.




▲ 손노리의 개그 철학이 묻어있는 패스맨



그 후

포가튼사가는 이러한 점들로 인해 악평과 찬사가 극단적인 RPG 게임이 되었다. 하지만 좋았던 점이 크게 어필을 한건지 당시 판매고에서는 선전을 하여 10만장을 돌파하였으며 아직도 국내 패키지 게임 중에서는 게이머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게임이 지금도 팬 사이트가 존재하며 그 사이트에선 아직도 포가튼사가를 분석하며 각종 패치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이후 후속작은 나오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포가튼사가 2 온라인[각주:12]이라는 타이틀로 게임이 출시되었다. 지금도 포가튼사가를 외치는 게이머가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종종 등장을 할 정도로 대한민국 게이머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는 포가튼사가. 개인적으로 필자는 손노리가 현재 개발 중인 어스토니시아 온라인[각주:13]이 큰 성공을 거둬 포가튼사가의 모습을 다시끔 볼 수 있기를 바란다.


  1. 1992년 결성된 게임개발회사, 현재는 구름 인터렉티브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방준혁씨가 대표로 있는 인디스앤으로 인수되었다. [본문으로]
  2. 컴퓨터 게임의 장르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의 게임을 부르는 말이다. 원래 기존의 롤플레잉 게임(RPG)을 컴퓨터로 옮긴 것이 시초이며, 현재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MMORPG에 이르고 있다. [본문으로]
  3. 1994년 손노리가 제작한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 한국에서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대한민국 RPG 게임이다. 제 1회 한국게임대상 대상과 제 1회 신소프트웨어 대상을 수상했다. [본문으로]
  4. 1996년에 손노리가 제작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 [본문으로]
  5. 당시에는 일본식의 게임이 주류였고, 하나의 스토리를 향해 게이머는 따라가는 식의 플레이가 대부분이었다. 프리시나리오는 그것에서 벗어나 게이머가 스스로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포가튼사가의 프리시나리오는 불완전한 프리시나리오였다. 포가튼사가의 경우, 메인이벤트가 진행이 되면 게이머는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6. 버그는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오류를 뜻한다. 인터넷에서 ‘포가튼사가 버그’를 검색해보면 그 당시 게임을 산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알 수 있다. [본문으로]
  7. 산타모자라는 아이템은 게임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HEX에디터로 ITEM.DAT파일을 분석하면 게임 데이터에는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본문으로]
  8. 1997년 발매된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이다.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이고 PC판은 1998년 발매되었다. [본문으로]
  9. 1994년 발매된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이다. 한국에선 DOS판으로 1995년 발매되었다. [본문으로]
  10. 실제로 이러한 것들을 전부 모아서 해석하는 게이머들도 등장했다. [본문으로]
  11. 큐(쿄), 아오리(이오리), 히거시존(조 히가시) 등이 등장한다. [본문으로]
  12. 2001년 위자드 소프트와 손노리가 공동 개발한 MMORPG. 현재는 국내서비스 중지 상태. [본문으로]
  13. 2007년 손노리에서 개발한 MMORPG.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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