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문화와 파시즘의 만남


최근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파시즘적인 성향이 급속도로 강해지고 있다. 일부 지역이나 일부 성별을 차별하는 문화가 인터넷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국민 간의 분열을 조장할 위험을 안고 있다


어느 게임 방송, 해설자의 해설이 이어진다. “, 민주화 당했어요.” 놀라지 마시라. 여기에서 '민주화'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뜻이 아니다. 일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는 이 용어가 어떤 세력에 의해 자기가 패배하였음을 뜻하는 부정적인 용어로 사용된다. 현재의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이다.


인터넷 문화의 변질


김대중 정부 때 급속한 인터넷 보급에 힘입어, 노무현 정부 이후 인터넷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각종 전자기기의 발전에 힘입어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어디에서든 인터넷이라고 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상의 문화는 그 뒤로 더 발전하게 되었고, 많은 콘텐츠들이 인터넷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현재 네이버 웹툰의 인기는 그 당시 인터넷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0여년간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인터넷 문화는 급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취임 초기부터 언론 장악과 여론 장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첫번째 타겟은 인터넷이었다. 그가 취임 초기 만들었던 이클린 연대는 건강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한 연구, 교육, 홍보 활동 및 국가의 주요정책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 하에 인터넷을 "관리"하였다. 또한, 국정원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 기관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여론 몰이를 위한 장소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이런 편향된 정부의 영향속에서 인터넷 문화는 2008년을 기점으로 변질하기 시작하였다. 국내 최대 커뮤니티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가 친정부적 성향으로 바뀌기 시작하였고, 네이버 역시 정부의 입맛에 맞는 기사들을 포탈에 선정해서 게재하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국민의 여론형성기능을 억제하였다. 그 결과 인터넷 문화 역시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국가주의의 부활


이명박 정권에서 인터넷 문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친정권적, 극우편향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 결과, 전 정부에서 유행했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는 정부 비판적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대신에 등장한 것이 바로 반공 사상과 국가주의, 그리고 파시즘이었다. 인터넷 문화의 순기능이었던 국가를 향한 비판이 사라지고 시민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역할을 인터넷이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전 정권을 공격하는 문화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주로 북한과 엮어서 전 정권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권에서 대형 언론들의 기사는 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언론이 제 할 일을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편향된 정부의 방침 속에서 자란 인터넨 문화가 만개한 시점이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일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인터넷에서 등장한 용어들은 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저급하게 풍자하는데 사용이 되었다. 그가 죽은 장면을 운지천 CF와 합성해서 만든 동영상이 보급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운지’ 라고 하는 용어는 인터넷과 게임 문화에서 아주 거리낌 없이 사용되었다. 또한 노시계’, ‘노운지’, 심지어는 고 김대중 대통령까지 나아가서 핵펭귄이란 용어 등을 보급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전라도 지역을 비하하는 단어들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일본의 2CH와 닮은꼴


이러한 일련의 모습은 일본의 2CH라는 사이트와 매우 닮아 있다. 2CH는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면서 만들어진 일본의 거대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이곳의 특징은 인종차별적 요소가 강하고,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바로 현재 한국에서 큰 문제로 드러나는 일베라는 사이트의 등장과 매우 유사하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상에서는 현실과는 달리 자신의 우월성을 거짓으로라도 드러낼 수 있다. 혹은 타인이나 어느 일정한 곳을 비하하게 되면 당연히 자신은 우월하게 된다. 인터넷은 익명성을 무기로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상당히 편향적으로 나아가면 역시 국가에 소속된 국민도 그 편향성을 쫓아가게 된다. 현재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2CH와 한국의 일베는 거의 같은 구조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청년들의 불안이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의 장기불황 후 생긴 취업난은 IMF 이후의 한국의 상황와 매우 비슷하며 이는 현재의 양국 청년들의 취업문제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본의 군국주의, 전체주의 문화의 상징인 이지메 문화는 한국에 고스란히 전파되어(청산되지 못한 일제 잔재의 영향일 수도 있다) 왕따 문화가 되었다. 청년실업과 학교의 폭력문제는 한국이 일본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힘든 10~20대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없앨 해방구가 필요하고, 그곳이 바로 인터넷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야 한다. 2CH는 인종 차별을, 그리고 일베는 지역 차별로 해결했다. 그리고 한국은 한발 더 나아가 김여사시리즈로 유명한 성별 차별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국의 일베와 같은 경우, 약간의 차이점은 있다. 필자가 학원에서 강사생활을 할 때 실제 운지라는 용어를 쓰는 중학생에게 왜 그 용어를 쓰는지 물어본 경험이 있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이 학생에게 지금의 인터넷 문화는 그저 문화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은 이 문화를 대체할 인터넷 문화가 대체될 경우 자동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


그럼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다. 정부가 그렇게 인터넷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모를 리가 없다. 단지 그것이 국가를 관리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국민이 분열을 하고 다투어야 정치적 행보를 하는데 편하다. 그래서 국가는 이러한 인터넷 문화를 방관한 것이다. 10만 인터넷 전사 양병설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부추긴 감도 있다.


그러나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러한 점을 반드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린 학생들이 인종 차별과 지역 차별을 당연시하게 된다면 국가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 의해 국가가 좌지우지될 우려가 있다. 중국의 홍위병은 어땠는가? 모택동의 밑에서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이유로 많은 문화유산이 파괴되고, 국가적 피해가 속출되어, 마지막에는 결국 중국 정부가 관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인터넷으로 대통령을 뽑아 주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인터넷은 여론 형성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지금은 일베와 같은 사이트들이 정부의 목적에 맞는다는 이유로 방관했다가는 오히려 그들에게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단순히 인터넷 문화로서 소비하고 있는 사리판단이 부족한 학생들도 많다. 박근혜 정부는 반드시 이러한 점을 숙지해서 인터넷 공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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