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의 복장문제, 사회의 문제는 없을까


요즘 여학생들의 복장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복장문제가 단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 그리고 환경이 여학생들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음에도 방송이나 언론은 개인의 문제만으로 떠넘기고 있다.

2012년 나는 한 학기 동안 부산에 있는 한 여중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맡았다. 그 당시 학교에서의 수업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긴장 반 흥분 반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당시 2학년 반을 맡으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예비군 훈련을 끝내고 바로 수업을 준비하느라 군복을 입고 수업을 해보기도 하고, 수업 자료가 준비되지 않아서 급조해서 비디오 시청을 하기도 하고, 학생이 너무 떠드는 바람에 고함을 지르며 싸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착한 아이들과 수업했구나, 내가 왜 그렇게 험하게 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곤 한다.

최근에 학생들의 복장 문제와 관련해서 각종 언론과 방송에서 학생 개인의 문제로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려는 억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이 복장을 그렇게 입는다면 왜 그렇게 입느냐는 점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첫 번째로 교복 자체가 인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행위다. 14, 15살 때는 누구나 일탈을 꿈꾸고 자유를 사랑할 나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라는 말이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 전원에게 같은 옷을 입을 것을 강요한다. 학생의 인권 따위는 어찌 됐든 좋다는 생각이다. 내가 있었던 한 여중학교도 수업 때는 휴대폰을 전부 압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 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지 않은 처사다. 그들의 수업이 정말 가치 있고 재미있다면 학생들이 과연 휴대폰을 보겠는가? 물론 가치 판단이 부족한 학생들이기에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나는 학원에서 수업하면서 무지하게 폭력을 가하는 교사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수없이 들었다. 물론 각색이 조금 섞여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이 체벌 당하는 걸 좋게만 은 볼 수가 없다. 학생이 아무리 어리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로 학교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배움을 주고, 그들에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한 싸움터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초등학교도 서열화가 되어서 학생들이 서로 경쟁을 한다고 한다. 경쟁은 일정 수준일 경우 좋지만, 과도하면 학생에게 아주 잔인한 도구가 된다. 서로 비난하고, 싸우면서 끝내는 자살에 이르게 한다. 실제 OECD 청소년 자살률은 자랑스럽게도 한국이 세계 최상위에 속한다. 물론 일반 자살률도 자랑스럽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틀에서 벗어나서 학생을 서열화하고, 비교하지 않고 진정한 성인이 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학교는 암기실력으로 사람을 나누고 헐뜯게 하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 번째로 정부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언론과 방송을 장악한 후 아이돌 그룹의 복장이 점점 문란해지고 퇴폐적으로 변하고 있다. 결국, 청소년기 미디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여학생들은 당연히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자신의 복장이나 얼굴,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리고 그 사회가 추구하는 미적 기준에 따라 학생들은 맞춰가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이 섹시 춤을 추고 환호를 하는 방송이 버젓이 송출되고 있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학생들만 비판할 수 있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 특히나 청소년들이 접하기 쉬운 음악방송이나 연예 관련 방송에서 여자들의 노출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가 조금 더 윤리의식을 가지고 방송이나 미디어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청법이니 성방지법이니 하면서 처벌만 강화해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나는 오히려 정부가 개인을 문란하게 부추긴 뒤 법으로만 사람들을 강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중학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하고 난 뒤, 방긋 웃으며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소리치던 여학생들의 모습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그녀들을 나쁜 아이로 만드는 곳은 다름 아닌 정부다. 최근 급격한 저 출산율과 노령화 때문에 인구가 정체 중인 한국은 이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나라다. 그런 와중에도 정부는 사회적 문제를 모두 개인의 탓으로 돌리면서 남아있는 국민마저 힘들게 하고 있다. 정부와 방송은 무조건 학생의 탓만 할 게 아니라 자신들의 잘못이 없었는지를 확인하고 고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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