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를 저번주에 영화관에서 봤다. 상당히 줄거리도 좋은 영화였고, 짜임새도 괜찮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봤다. 안성기씨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느낌이 짠해지기도 했다. 돈 주고 볼만한 영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영화들을 보고 난 뒤 드는 후회감(흔히 집에서 볼껄 왜 영화관에서 봤을까라고 생각이 드는 영화도 있다)은 전혀 들지 않았다.

최근 부러진 화살의 진위 여부를 두고 말이 많다. 하지만 나는 단지 빙산의 일각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로 밖에 안 보인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하지 않았는가. 사법부의 지금 모습은 부러진 화살의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이미 썩을 만큼 썩어 있다고 본다. 명예훼손이란 기가 막힌 이유로 멀쩡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곳이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사법부다. 이미 국민들은 알 만큼 알고 있는데 그네들만 우리가 바보인 줄 알고 물타기를 하고 있다.

부러진 화살과 관련된 논쟁들은 이미 이번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의 수준이 한계치를 넘어 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몇몇이 논점을 흐리거나 물타기를 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이번 정부에 대해 큰 실망을 하고 있다. 국방, 외교, 경제와 관련해서 많은 비리들이 정권 말에 터지고 있으며 이를 수습하려면 큰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나는 정치를 국민의 분노라는 폭탄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본다. 이번 정권은 한번도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려 한 적이 없다. 세계 경제 탓, 북한 탓, 노무현 탓.. 옛 말에 남 탓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인간 못봤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에 몇몇 군소언론들의 기사를 보면 이 폭탄을 어떻게 하면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할까라고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최근에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서 게임과 만화에 집중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 아젠다를 그쪽으로 옮기려는 모습이 처량할 만큼 적극적이다.

게임은 이미 이번 정부에서 샌드백이 된 지 오래이다. 여가부가 최근에 법률로 공표한 셧다운제는 좋은 예다. 게임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잘못 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인데,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왜 게임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하루종일 공부라는 억압속에서 살다 저녁 11시나 되면 도착하는 아이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마지막 희망을 왜 차단하려고 하는가? 오히려 왜 우리 애들이 그런식으로 게임을 하게 되는지 그 배경은 궁금하지 않는가? 학생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만화를 살펴보자. 야후코리아에서 연재 중인 열혈초등학교라는 만화가 있다. 다소 폭력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이 만화는 분명히 아이들이 보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을 가지고 마치 우리 아이들이 잘못 된 게 전부 이 만화 때문인양 묘사하는 일부 언론이다. 최근에 어느 한 신문에서는 헤드라인 1면에 어린이 인성문제를 들먹이며 이 만화를 문제로 삼았다. 그 덕분에 만화를 직업으로 삼던 한 사람은 평생 청소년에게 잘못된 만화를 그린 사람으로 국민들에게 낙인이 찍혔다. 제발 그런 내용을 올릴 여유가 있다면 왜 한국 만화계가 웹툰 위주의 기형적인 산업 구조가 되었는지에 대해 기사를 하나 더 써 주길 바란다.

이 일련의 모습들은 다 하나로 귀결된다. 그것은 바로 책임의 회피, 당신들 기성세대의 책임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만화나 게임에 중독에 빠진 애들이 왜 그렇게 되었을 것 같은가. 그 개인이 태어나서부터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었겠는가? 나는 환경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아이들을 게임과 만화에 몰려다니게 할 만큼 지금의 교육문제가 썩어 있고 잘못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들이 발생하는 거다. 또한 그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일에 시달리면서 자식들에게 큰 관심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필연적 결과다.

왜 언론들은 단지 앞에만 보이는 현 상황을 탓하고 그 배경의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는걸까? 공부 지지리도 못한 나도 이런 생각을 해 보기도 하는데, 국가를 책임지고 한 나라를 담당하는 당신들의 머리에선 고작 하는 짓이 게임이나 만화가 잘못 되서 그렇습니다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가?

인간은 가면 갈수록 고학력화 사회가 진행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몇몇 군소 언론들의 전가의 보도였던 책임 돌리기도 그 힘을 잃어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더 이상 분산되지 않고 확실히 정치인에게 책임 요구를 할 것이다. 그런 사회가 된다면 아마 국민의 분노를 보듬어 주고 받아주는 정치인만 남으리라고 본다.

그 때가 된다면 제대로 된 정치인이 정치를 하고, 제대로 된 경제인이 경제를 할 것이며 제대로 된 교육인이 교육을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교육문제는 마치 모래사장의 파도처럼 잠시 왔다가는 문제에 그칠 것이라 믿는다. 모든 것은 국민들에게 달려있다.


P.S. 책임을 딴데로 돌리는 짓. 치사하지도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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