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 중에 흥미있는 기사가 있었다.


1. '추노', '뿌리깊은나무' 등 최근 몇년간 계속된 사극열풍
2. 대학교 내 과잠바의 유행
3. 온라인 게임에서 알 수 있는 한국 게이머의 특성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1. 최근 사극에 사람들이 눈을 돌리는 이유는 바로 사극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는 공감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현재의 사회가 과거 계급화된 사회가 연상될 만큼 양극화 되었으며, 계급 간의 이동 또한 어려워지고 있으며 점점 고착화 되어감을 의미한다.

2.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대학의 상업화로 인해 대학은 이미 순수한 인문학적 사고를 배양하는 곳이 아닌 취업을 위한 얄팍한 직업훈련소가 된지 오래다. 이제 대학교는 이력서의 한칸을 꾸며주는 전치사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20대들은 자신을 사회의 한 부품으로 여기며 자동차와 같은 기계에서나 쓰여지고 있는 '스펙' 이라는 단어를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과 잠바가 유행하게 된 것도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3.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지금 한국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본이다.[각주:1]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전혀 즐기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저 상대방과 경쟁해서 이겨라!를 배웠을 뿐이다. 그래서 불쌍한 한국의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기지 못하고 어느 사이트의 어느 메뉴얼을 보고 똑같이 따라한다. 물론 이것은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기사들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찾아낸다면 무엇일까?
바로 경쟁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여러분에게 경쟁을 강요한다.

우리 사회는 사극과 같이 신분제도가 정해져버린 사회가 되었다. 돈을 얼마 가지고 있고 연봉이 얼마인가에 신분이 정해지는 저급한 사회가 된 것이다.[각주:2] 또한 청소년때부터 극심한 경쟁속에서 인간관계나 다른 중요한 것은 알지 못한채 오로지 경쟁의 승리자가 되도록 배우게 된다.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삼을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대학교의 이름을 뽐내며 또 다른 계급을 만들어 나가는게 중요할 뿐이다. 그러나 대학교를 입학해도 고등학교 때와 달라진 건 없다. 상대보다 더 좋은 부품이 되기 위해 스펙을 쌓고 달려갈 뿐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사회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도 이어지게 된 것이다.[각주:3]

대한민국 사회는 경쟁이란 단어를 무지하게 좋아한다. 초중고에서부터 대학을 위한 경쟁이 계속되고, 대학교에 들어와서조차 학점을 위해 경쟁한다.[각주:4] 그리고 사회에 들어가서는 본격적으로 경쟁한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누르고 부정하고 공격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다. 내가 돈을 많이 벌었으니, 돈을 못 번 당신을 욕해도 된다. 내가 당신보다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니 가방끈이 짧은 당신을 비하해도 된다.[각주:5] 그렇게 경쟁에서 진 상대를 낙오자라고 욕하고 무시한다. 계급사회보다 더 비루한 사회가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대안은 없을까? 있다. 바로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을 바꾸고, 학교에서부터 지나친 경쟁을 없애면 된다. 쉽지 않다고? 쉽다. 학교를 자신의 재산으로 알고 교육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콕 찝어 사학법 반대했던 사람들이라곤 말하지 않겠다)에게 투표하지 않고 그들을 철저히 무시하면 된다. 그리고 제대로 된 교육제도를 들고 오는 사람에게 한표를 던져 주면 된다. 우리가 지금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면 내 아들, 내 손자들은 이런 경쟁사회에 시달리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이번 글을 쓰게 된 건 무한도전과 세얼간이라는 영화를 보면서였다. 아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기원인가 해서 눈으로 덮힌 언덕을 오르는 도전이 마지막에 있었는데 여기서 길이라는 배우가 굉장히 힘들어 했다. 언덕을 제대로 오르질 못하고 계속 헤매는 모습이 나왔고 거기에 답답했는지 인터넷 상에서 댓글은 굉장히 길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아니 좀 뒤쳐지고 힘들면 안되나? 우리 사회가 그 정도의 여유도 없는 사회가 되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건 세얼간이의 영화감상평을 보면서였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내용의 영화' 라는 댓글이 많았다. 물론 세얼간이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자유분방함은 확실히 현실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케이스이고 약간 과장된 면이 있다. 그러나 주인공에 대립되는 인물인 '자신만 알고 자기의 목적을 위해서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인물을 두둔하는 댓글을 내가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았다.

이런 이유로 이번엔 경쟁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열되고, 또한 경쟁에서 뒤쳐지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쟁은 의미가 없다. 그런 경쟁은 단지 국가가 자신들의 잘못을 개인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변명으로 밖에 안들린다.



  1. 정부는 무식하게 셧다운제 같은 건 때려 치우고 단 한번만이라도 온라인 게임을 직접 해보길 바란다. [본문으로]
  2. 대기업과 관련된 인터넷의 댓글을 보면 현재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저급해졌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본문으로]
  3. 청소년들이 왜 이렇게 잘못되었는가를 따져보면 90%는 국가나 가정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경쟁 밖에 배우지 못한 학생들이 과연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애를 이해할 수 있을까? 어설프게 게임이나 만화의 탓으로 돌리는 몇몇 어른들이 진정한 가해자다. [본문으로]
  4. 개인적으로 한국의 대학교 상대평가야 말로 대학의 이념 자체를 부정하는 근원이라 본다. [본문으로]
  5. 나는 꼼수다에서 강용석이 모의원에게 당시 토론내용과 아무 관련없이 대학출신이 어디냐고 묻자 지방대라 답했더니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학벌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는 분이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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