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6.27

일상 2012. 6. 27. 14:09

오늘 오전이었다. 최근에 나는 같이 일하는 학원의 동료선생님에게 자극을 받아(팔랑귀가 원인이었다) 매일 아침 어딘가를 향한다. 그곳은 헬스센터. 헬스센터는 우리 동네 동사무소 내에 있는 작은 공간으로, 월 만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런닝머신과 몇몇의 기구를 허용하는 "통큰" 헬스센터다.

사실 통큰~ 라는 접두사를 유행시킨 롯데마트 치킨은 정말 치킨업계에 감사해야 한다. 치킨업계에 크게 가격경쟁이 벌어졌을 때, 그 누구도 통큰치킨이 성공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통큰~ 이라고 하는 접두사는 그 이후 많은 파생어를 유행시키면서 마치 메이커화 되어가는 듯 하다.

잠시 이야기가 샜는데, 어찌 됐든 우리 헬스센터는 집에서 걸어서 5분. 나에겐 매우 쾌적한 환경에 있는 헬스센터이기에 이곳을 다니는 걸 막을 수 있는 장애물은 없었다. 오늘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침 7시쯤 눈을 떠서 머리도 안 감고 양치도 안 하고 아저씨 차림으로 헤벌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는 길에 많은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목격했다. 그래서 나는 놀랬다. 마치 도로 한가운데서 동남아시아 열대 우림 코끼리를 목격한 사람처럼. 내가 이 동네에 온지도 어언 10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난 왜 학생들을 보고 놀란 것일까? 그것은 하나의 편견이 내 머리속에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10개월전 이곳에 이사한 뒤로 학생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물론 내가 처음 이곳에 살았던 8살때에는 이곳, 구포시장 주변은 학생들로 바글바글했다. 5일장이 들어서는 시장안은 물건을 팔려는 어르신들과 장난을 치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가득한 활기 넘치는 곳이었다.

그리고 다시 여기에 도착했을때 그곳은 그곳이 아니었다. 젊은 사람들은 시장 반대편에 있는 신작로에 몰려 있었다. 사실 시장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구식, 불친절, 시끄러움, 더러움이라는 단어에 약간의 정이라는 단어를 믹스시켜 놓으면 그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거의 같으리라 본다.

학생들이 안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젊은 부부들은 이제 더이상 시장을 믿지 않는다. 대형마트들이 시장을 잡아먹는 요즘, 어느 누가 돈키호테처럼 내가 시장에서 일하겠다며 나서겠는가. 그러기에 그들의 자식들 또한 안 보이는 건 당연한 이유가 된다. 구포시장은 점차 늙어가고 있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학생들을 본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은 단지 나의 착각이었구나. 시장이 무너지고, 힘들어도 거기서 열심히 살고 계시는 분들이 있구나. 내가 사랑했던, 내가 오랫동안 크고 자랐던 이곳에 절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충격과 동시에 기쁨을 느꼈다.

절망이라고 하는 것은 그곳에 늙은 사람들은 더 이상 손 쓸수 없고,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라고 하던가. 나는 구포시장이 조금 더 어리고 젊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조금의 발전, 조금의 미래가 보이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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