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일상 2012. 6. 30. 16:24

아침 5시에 일어나 부산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한 뒤에 대마도를 갔다가 비를 맞아가며 대마도 구경을 하고, 쇼핑한 사람들 짐이 너무 많아서 짐을 같이 들어주고, 저녁에는 남포동에 들러서 다같이 고기를 먹고, 도중에 나와서 증조님들 제사를 지내고, 제사를 끝내고 막걸리를 마시고,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어제는 하루가 꽉 찬 느낌이었다.

하루가 꽉 찬 건 좋았으나, 여행과 제사라는 일상에서 벗어난 상황에 의해 내 위장도 꽉 차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도 내 위장은 화장실을 갈망한다. 내 위장은 이미 2번의 화산 분출을 끝낸 상황이며 아직도 활화산 같이 폭발할 것 같은 진앙을 느끼고 있다. 태평양 지진대가 항상 운동하는 것 처럼, 내 위장도 지금만큼은 전성기이다.

시사관련 주간지를 보게 되면 항상 사회의 뒷면에 놓여진 지배층의 탐욕이 보인다. 그 뒤에 느끼는 것은 배신감, 무력감, 화남, 짜증남 등이 있다. 그리고 사회가 이렇게 잘못되었으니 나도 좀 잘못된다고 뭐 어때, 혹은 사회가 확 뒤집혀 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는 무려 1만년이라고 하는 긴 시간속에서 스스로 정화와 오염을 반복해 왔다. 인간은 그들의 탑을 쌓고 부수고를 반복하는 미련한 동물이다. 거기에 이성이라고 하는 가면을 들이대면서 감성적이고 동물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참으로 어리석을 따름이다. 인류의 진화는 무수한 감성적 사람들속에서 한명의 이성적 사람에 의해 지속되는 것 뿐이다.

그리고 지구는,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더 오래된 행성이다. 우리가 몇십년, 몇백년을 가지고 지구의 종말을 운운할 때 그 당사자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난 그래서 지구를 믿고 싶다. 강원도에 들어서 있는 90개의 골프장도 백년이 지나고 천년이 지나고 만년이 지나면 다시 야생의 모습을 갖춘 수목지대가 되리라 믿는다.

인간은 애초의 탐욕으로 이루어진 동물이다. 지배층의 탐욕을 마치 그들만이 가진 부정적 요소로 적긴 했지만 우리 모두는 물욕과 성욕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지 누가 덜 탐욕스러운가, 혹은 그래도 약간의 이성적 존재를 가지고 있는가 등으로 위대한 사상가, 위대한 정치인이 탄생될 뿐이다.

그래서 나는 탐욕을 부정하지 못하겠다. 지금도 내가 있는 이 도서관엔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탐욕을 일구기 위해 열심히 공부라는 암기에 도전하며 인내를 하고 있다. 그들도 그들의 삶을 탐욕스럽게 살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몇몇에게만 그 탐욕스럽게 살 기회를 줄 뿐, 나머지에겐 침묵과 인내를 강요한다. 나는 그게 불만이다.

일제강점기가 있은지 100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탐욕의 제한적 평등을 요구하는 바이다. 그들만이 누리고 있는 탐욕의 자유를 우리에게 주지 않는 한, 역사는 다시 되풀이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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