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유학 중인 어느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돈도 없고 친구도 없었습니다.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지친 몸을 끌고 기숙사에 가면 반겨주는 건 노트북 하나. 일 끝나고 맥주를 마시며 하는 게임이 위안이 되던 시절에 그 학생은 추억 삼아 예전 RPG를 합니다. 

 

포가튼사가 유저 패치가 최초로 만들어진 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10년이었습니다. 당시 포사클럽이라는 포가튼 사가 전용 커뮤니티가 존재했었고, 오픈 소스로 패치를 만든 걸 공개한 어떤 사람의 블로그 글이 있었습니다. 이 2가지 조건이 없었다면 저는 그저 게임을 즐기다 아쉬워하고 말았을 겁니다. 

 

제가 게임 패치를 만들 수 있었던 조건

 

1. 게임 패치에 반응할 유저 커뮤니티 

2. 게임 패치 작업이 공유되어야 한다(오픈 소스)

 

포사클럽 운영자님, 그리고 당시 사악님이라고 불리던 포가튼 사가 유저 패치 제작자님, 이 글을 보신다면 댓글이나 방명록에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꼭 사례하고 싶습니다. 

 

포가튼 사가 유저패치는 술김에 만들어졌다

 

누군가의 선의가 아니었으면 포가튼 사가 패치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세상은 얼핏 이기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평범한 사람의 선의에 의해 조금씩 발전하는 게 아닌가 패치를 만들고 나니 드는 생각입니다. 

 

최초 패치는 단순히 아이템을 바꾸는 작업을 했습니다. 감히 캐릭터나 마법 등의 수치는 찾지 못했고, 공격력 같은 수치를 Item.dat 파일에서 검색해 수정하는 단순 작업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템 하나만을 바꿔서 수정하는 것 자체가 게임 내 밸런스를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아이템은 일부 무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죠.

 

 

당시에는 도적(씨프)이 너무 약했는데, 아이템 공격력(WC)이 너무 약해서 잘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양손 무기 역시 대미지가 너무 약해 방패를 들고 있는 게 월등히 유리했습니다. 제가 당시에 패치를 만든 이유는 단순합니다.

 

모든 캐릭터를 다양하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게임 유저 패치를 만드는 사람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게임 자체를 모두 바꾸거나, 게임에 새로운 시스템을 넣거나 하는 등의 게임 패쳐의 다양한 개입이 존재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그저 게임의 밸런스를 맞추고 싶었고,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게임 공략 같은 내용 등도 제 홈페이지에는 거의 없습니다. 게임 원작에 대한 저만의 존경, 혹은 존중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고, 정말 팬이라서 그렇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사악님의 홈페이지를 참고해 만든 패치가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에 정말 안 쓰이는 무기가 쓰일 수 있게 바꼈죠. 게임 중반 보물 상자에서 나와도 쓸모가 없던 홀리 스워드는 꽤 공격력이 올라갔고 유저들은 게임 속에서 아이템을 고르는데 더 신중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올린 첫 패치에 댓글은 단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그건 수정한 이후 버그로 오류가 난다는 댓글이었습니다. 패치를 만드는 건, 잘못 건드리면 생길지도 모르는 버그를 신경써야 하는 아주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그 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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