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한 달, 두 달만 해도 될 것 같았던 패치는 어느새 1년을 넘어가고 있었다. 단순히 무기의 공격력만 올리는 것 이외에도 점점 불합리한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무기의 공격력을 다 수정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2가지였다.

 

첫째, 포가튼 사가의 ITEM.DAT 파일은 일부 아이템 데이터만 수정이 가능했다. 

둘째, 모든 아이템을 다 같은 비중의 능력치로 수정할 경우, 게임을 진행하면서 후반부의 아이템은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아이템 사이에 등급을 구분하고, 거기에 맞춰 능력치를 배분했다. 단, 같은 등급의 아이템은 뭘 골라도 후회가 없게끔 해서 다양한 아이템을 쓸 수 있게끔 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최초에 유저 패치를 만들 때도 그랬고, 버려지는 아이템이 없도록 수치를 조정하는 게 매우 재밌었다. 다양한 아이템을 사용하는 게 게임의 수명을 늘리고 반복되는 재미를 준다고 생각을 했었나 싶다. 다만 어떤 유저는 차별화된 매우 강력한 아이템으로 게임 자체를 희롱하는 걸 즐기기도 한다. 그걸 깨달은 건 아이템이 아닌 다른 부분을 수정하면서 깨달았던 부분이다. 

 

나는 아이템 패치를 만들고 나서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게임 직업 중 마법사 계열 캐릭터는 포가튼 사가에서 아주 강력한 직업이었다. 라이트닝이라고 하는 전기 계열 마법은 대미지가 매우 세서, 마법사는 4렙만 되면 라이트닝을 배워 전투를 매우 유리하게 만들었다. 결국 마법사가 아닌 캐릭터를 사용하면 게임의 재미가 반감이 되었고, 나는 이 부분을 수정했다. 분명히 다양한 마법을 사용할 기회가 될 줄 알았건만, 마법 패치 게시물에는 이런 반응이 올라왔다.

 

 

별 반응이 없던 와중에, 나는 보스 캐릭터와 몬스터를 전체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난이도 하드 버전을 내놓았다. 아이템을 수정하고 나니 CPU가 너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 유저들도 게임이 너무 쉽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그래서 적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면 게임이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 CPU의 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전투 기술 등을 찾아 수정했다. 여기에 지금까지 만들었던 아이템, 캐릭터, 마법 패치를 통합한 패치를 올렸다. 그러자 반응이 왔다. 감사의 글을 올리는 분, 그리고 가사루문그를 한손검으로 해달라는 건의 사항, 4렙 메이지 2명이 있는 파티에서 수룡을 못 잡고 죽는다는 내용까지... 쉽고 단순한 게임이 나름의 굴곡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 댓글 하나가 그 후 10년간 계속 패치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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