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얀코입니다. 슬슬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이번주 게임잡탐은 한가지 주제만을 가지고 특집으로 준비해봤습니다. 뭐 거창한 건 아니구요. 루리웹에 벌어졌던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썰을 풀어보려 합니다. 덕분에 지난주 모아뒀던 아이템들은 안녕~ 박주선 의원님도, 민찬기씨도 Bye~


그럼 10월 둘째 주, 시작합니다.


[이슈]


10월 5일 오후, 루리웹 커뮤니티 창작만화 게시판에 하나의 만화가 개재되었다. 이 만화는 서두에 자신을 게임 개발자로 밝혔으며 한국 게이머들의 잘못된 점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이다. 자극적인 어투와 공격적인 묘사로 인해 많은 수의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았는데 그 수가 무려 1400여개, 조회수는 거의 6만에 육박하고 있다. 이 이슈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다른 네티즌들이 반대되는 주장의 만화를 개재할 정도로 네티즌들 사이에선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 겉보기엔 평범한 만화같지만..

출처 : 루리웹 창작만화 게시판


[잡담]


우선 이 만화를 못보신 분들을 위한 내용 요약.



지나친 현질 요구와 독창성 제로의 한국 게임들을 한국 게이머가 비판하지만.

사실 게이머들이 독창적인 게임을 외면하였고, 오히려 표절 게임이 성공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게임을 만든다. 우린 죄가 없다. 니들 잘못이다.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심하게 비약적인 내용이다. 물론 여기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개재된 만화의 작성자를 비판하는 댓글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몇몇은 실제 개발자(!) 들이 댓글을 달아 주면서 조목조목 반박을 하기도 했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얻어가야 할까? 단지 작성자가 잘못 된 걸까? 아니면 정말 저 말이 맞는 걸까? 한번 필자가 가진 편향된 지식으로 한국 게임계에 대한 썰을 풀어보자. 


1. 국내 환경 


게임을 오래 전부터 개발해 왔고 일찍 상업적 성공을 거뒀던 미국,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1994년이 되서야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거둘 정도로 게임 개발의 역사는 매우 짧은 편이다. 게다가 게임에 대한 노선도 쉽게 변경되어서 1998년에 상용화된 리니지의 성공 이후엔 대부분의 게임들이 온라인으로 방향을 돌렸다. 또한 정부 역시 게임을 하나의 사회악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며 이명박 정부 이후 셧다운제, 게임중독법 등으로 더욱 심해졌다. 역사가 짧아서 게임에 대한 기반이 얇을 뿐더러 국내의 탄압으로 성장 동력에 흠이 가 있는게 현재의 한국 상황이다.


사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게임문화를 만든 한국에선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빠르게 쌓은 탑은 겉만 화려한채 속은 썩어있던 것이다.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은 빨랐지만 게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 결과 와레즈로 대표되는 1990년대 말 게임 불법 배포는 당연한 일이었고 게임 가게에서조차 대놓고 불법 시디를 팔기도 했다. 그나마 위안삼을 건 게임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 당시 문화 관련 컨텐츠는 대부분 같은 취급을 받았었다. 다만 현재 영화나 연예산업은 높은 대중성을 갖춘데 비해, 게임은 아직도 수준 낮은 문화, 혹은 아이들의 문화로만 취급받고 있다.


2. 업체 환경


게임 업체도 마찬가지로 성숙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게임 개발에 있어서 개발금을 지원하는 투자자나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진의 게임 의식이 중요하지만, 게임을 접하지 못하거나 혹은 관심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지금도 기획회의때 잘 나가는 외국 게임들을 던져주고 베껴봐라는 식의 게임회사가 많다고 한다. 이것은 그들이 단지 게임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개발자를 양성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도 있다. 대학이 자아실현이 아닌 취업을 위한 장소가 되면서 게임 역시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었다. 일부 개발자들에게 게임을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임에 애정이 없는 게임 회사는 이렇게 만들어 진다. 


3. 유저 환경


유저들 역시 게임에 대한 구매 의식이 부족한 편이다. 영화 티켓 만원은 쉽게 구입하면서 게임 아이템 천원을 사는데는 다들 돈을 내길 꺼려한다. 이는 90년대 이후 지속된 와레즈효과, 즉 게임 관련 산업에는 돈 안쓰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게임에 돈을 쓰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경제권을 쥐고 있는 기존 기성세대들에겐 게임에 대한 고정관념, 즉 게임은 공짜라고 하는 생각을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학교와 사회에서 줄곧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유저들의 성향이 게임 자체의 스토리보다는 상대와 싸워서 혹은 비교해서 이기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게임을 학교나 사회에서 받은 열등감을 푸는 곳으로, 혹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벗어난 평등한 세상으로 해석하는 유저들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한국 게임이 빠른 템포, 대전 중심, 아이템 중심, 강화 위주로 치우치는 역할을 하였다.


4. 총평


필자는 이번 사건이 위의 다양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지면서 터지게 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러나 저런 이유들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적은 좋았지만 분명히 더 좋게 이야기 할 부분은 충분히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만화를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만 말하고 싶다. 당신을 제외한 많은 개발자들이 지금도 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행동으로 많은 개발자들에게 누를 끼쳤다. 사과의 만화라도 하나 그리게 된다면 잠시의 치기로 이해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번 행동은 당신의 인생에 어떤 변화도 주지 못할 것이다. 위의 일들은 시간이 흘러서 기성세대가 게임을 충분히 즐긴 세대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게임 의식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 믿으니 때를 기다리길 바란다.


▲ 이번 사건은 원사운드님의 연재만화 '게임 개발자' 를 떠오르게 한다

출처 : 디스이즈게임 연재/카툰 게시판


☆. 표절에 대해서


사족이지만 위의 문제가 된 만화에서 표절이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로 언급되었다. 특히 한국에선 표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곤 하는데, 사실 기존의 게임들은 최초의 게임들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게임들이 많다. 격투게임의 시조라고 불리는 스트리트파이터도 스파르탄 X를 비롯한 존의 액션게임을 참고로 해서 나왔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은 괜히 나온게 아니다. 겉보기엔 똑같아 보이는 게임들도 나름대로 기존의 게임을 응용해서 새로이 창조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게임은 그 어디에도 없다. 법이 허용하는 틀 안에서 창작의 자유는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내에서는 그 도가 지나친 것들이 간혹 나오곤 하는데, 일부를 제외하면 충분히 용납할 부분도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디스이즈게임의 원사운드씨가 연재했던 만화의 한 대사를 올려본다.



저는 그저 사람들이 넓게 보는 시야를 가졌으면 합니다. 

우리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선들이 알고 보면 많이 다른 모양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첫번째 선들이 또 다른 선들을 밑그림으로 그렸다는 것. 

뭐, 그런 것들 말이죠.




잡담이 길어졌네요. 그럼 다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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