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한 달 만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한 달 동안 리버싱 프로그래밍을 통해 징기스칸 4의 버그를 수정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 설명드리면 기존 버전에서는 목축 문화가 인물의 궁병 적성에, 무기 문화가 인물의 기병 적성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부분은 반대로 적용되어야 하지만 버그로 남아있었죠. 이 부분은 공격력이나 방어력 등 숫자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어 직접 전체적인 내용을 찾아야 했습니다만 결국 지난 주에 발견했습니다! 처음 수정할 때는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꽤 기쁩니다. 제 디버깅 실력도, 어셈블리 해독도 꽤 발전한 것 같아 감격스럽기도 합니다. 해당 패치는 현재 일본에서도 가정용 기기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에서만 패치로 하실 수 있습니다. 아마 컴퓨터 판으로는 세계 최초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애초에 하는 국가가 한국, 일본 포함해서 아시아 정도지만). 조만간 업로드하겠습니다.

 

2. 포가튼사가 패치를 처음에 만든 건 개인적인 만족으로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많은 분들이 즐거워하셔서 나름 책임감을 느끼고 했습니다. 또 모든 내용을 오픈 소스로 다 개방했습니다. 아이디어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누가 제가 만든 내용을 가져다 새롭게 만들거나 혹은 웹하드나 불법적인 곳에서 판매로 사용해도 어느 정도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제 패치를 즐기고 싶다는 분이 나타나 플레이하시고,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 패치를 한 달만에 만드시는 걸 봤습니다. 굉장히 많은 내용이었고 어느 정도는 제 패치의 아이디어가 들어있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아쉬웠던 건 12월부터는 패치에 신경을 쓸 수 없어 홈페이지를 들릴 수 없다는 말,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투철하셔서 소스 공유가 없었다는 점이죠.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작자는 자신의 권리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유저 패치라는 것이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간다는 점, 이미 다른 작품의 저작권을 침해하면서 창작이 아닌 수정에 불과하다면 그 저작권이 인정되는가에 대한 물음은 있습니다. 저는 그 물음 때문에 저작권을 차마 이야기하기는 힘들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자신의 작품이 소중하면, 남의 작품에 대한 존중도 필요한 법이죠. 적어도 제가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그 분의 게시물에는 제가 도와줬다는 링크는 없었을 겁니다. 아이디어만 가져가고 프로그래밍, 단순히 데이터를 찾아서 수정하는 것에는 관여하지 않으면 창작물이 되는 걸까요?

 

3. 어느 방송인이 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좋아하는 고전 게임의 유저 패치를 발견하고 그걸 방송에 사용합니다. 제작자에게 알리지 않구요. 그러다 게임에서 버그를 발견하자, 방송에서 유저들에게 패치 문제라고 말합니다. 패치 제작자는 확인했지만 문제가 없었고 게임 자체의 버그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방송인의 홈페이지에 가서 게시물로 항의를 남깁니다. 패치 제작자는 그 방송에 관심을 끊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유저 패치가 인기가 많아지자 유저들이 방송인에게 유저 패치를 할 것을 권유합니다. 하지만 방송인은 사죄의 의미로 해당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유저 패치가 방송으로 알려지는 것이 더 좋아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인은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사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방송인은 사과를 한 적이 없는데, 유저들이 패치 제작자에게 왜 사과를 안 받아주냐는 말을 한다는 점입니다. 누구는 메일로 사과를 했다고 하고, 누구는 방송으로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패치 제작자는 당황스럽습니다. 사과를 받은 적도 없고, 왜 방송을 봐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돌연 방송인이 찾아와서 갑자기 사과를 합니다. 사과보다는 다른 분들이 유저 패치를 하는 걸 보고 싶다는 댓글이 신경쓰여 패치 제작자는 지난 일이나 이상한 점은 지적하지 않고 사과를 받아줍니다. 그리고 유저 패치를 할 것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그 후 방송인은 단 한번도 해당 패치 제작자에게 유저 패치를 하겠다는 연락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오늘 제 친구가 보낸 재미있는 링크를 봤습니다. "포가튼사가 유저 패치". 어느 개인 방송하시는 분의 동영상 제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패치는 제가 만든 게 아니라 얼마전 다른 분이 만드신 패치였습니다. 딱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뭐 그렇게 사십쇼.

 

4. 한동안 포가튼사가 유저 패치는 올리지 않을 예정입니다. 징기스칸 4가 마무리되는 대로 예전에 다른 분이 요청하셨던 게임들(악튜러스, 랑그릿사)이나, 혹은 전혀 다르지만 제가 좋아하는 게임(KOF98)에 손을 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즐거운 한 주 되시고, 설날에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한 해 잘 만들어가셨으면 합니다.

 

뱀발. 최근에 작업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잠을 자면 꼭 새벽에 깨곤 했습니다. 오늘은 그나마 속이 시원해서 잠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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