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많은 고통을 부르는 나팔이다
- 팔만대장경, 고타마 싯다르타 -
모두 안녕? 한 달 만에 인사하네. 요즘 날씨가 참 많이 변했어. 밖에 나갔다 왔는데 벌써 여름이 온 것 같은 날씨야. 오늘은 20도 가까이 기온이 올랐더라구. 이러다 여름 되면 아주 그냥 40도까지 올라가는 거 아닌가 싶어. 그럼 에어컨을 엄청 많이 돌릴 거구, 또 엄청 전기가 필요하겠지. 그러면 그 전기를 만들 발전소는 얼마나 돌려야 할까? 환경은 어떻게 될까?
◼︎ 역할 놀이가 주는 쾌감
내가 저번에 다른 글에서 이야기를 한 번 했는데, 로제 카유아라는 프랑스 양반이 이런 말을 했어요. 놀이의 4대 요소는 경쟁, 우연, 흉내, 현기증이다. 이 중에서 흉내, 다시 말해서 역할 놀이는 참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지. 우리는 게임을 왜 하냐라고 했을 때, 게임에서 부여한 역할에 심취하는 경우가 많거든.
극단적인 예로, 일본 게임은 단순히 자기 능력을 올리거나 재화를 얻기 위해 의미 없는 전투가 많은 편이야. 속된 말로 '레벨 노가다'라는 표현을 어르신 게이머들이 많이 쓸 거야. 왜 이런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겠어? 자신이 게임 속 용자가 되어서 그래. 용자가 되었으니깐 어떤 시련도 이겨내야 하는 거고. 지금 하는 것이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고 의미가 없어도 꼭 성취하고 싶거든.
더 큰 의미에서 사람과 사람이 맞붙는 쌍방향 게임을 제외하면, 게임을 한다는 건 컴퓨터와 0 & 1로 소통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행동에 불과할 수 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즐긴 뒤 남는 건 허무함 아니겠어? 실제로 내가 게임 아카데미에 있었을 때 어느 교수님은 "이젠 게임을 즐길 수 없다. 게임을 보면 다 0과 1로 보인다."라고 말했을 정도니깐 말이야.
그렇다면 왜 우리는 게임을 즐기는 걸까. 그건 영화와 다르게 타인에 이입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나 자신이 되기 때문이며 조작이라는, 영화와 다른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그 행동들이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지. 왜 그래픽 쪼가리에 목숨을 걸고 돈을 쓰지? 그건 내가 그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고 나는 게임 안에서 그것을 조작함으로써 완성되지. 그럼 미소녀 게임에 빠진 옆집 철수도, 미소년 게임에 월급을 붓는 앞집 영희도 다 이해가 된다.
이제 게임으로 돌아와서, 텍스트 범벅인 이 게임에 집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가 기후 위기를 막을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온갖 발전소를 다 지어서 지구 멸망을 앞당길 수도 있어서야. 내가 지구를 살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할 놀이를 하는 거지. 게임을 하는 사람이 지구를 지킬 수 있다니 이것만큼 신선한 자극이 어디 있겠어?
◼︎ 선택과 결정의 미학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배출량(Emissions) 막대가 가장 눈에 띄고 그 밑으로 산업(Industry), 생태계(Ecosystems), 사람(People), 과학(Science)이라는 4개의 칸이 있어. 이 칸에서는 매시간 자원을 생성하거나 자원을 소비해. 자원은 돈, 사람, 과학 자원이 있어. 자원으로 카드가 발전하면 새로운 카드가 나오고 그 카드 중 승리 카드까지 도달하는 게 이 게임의 목표야. 잠깐만 해도 쉽게 적응할 만큼 복잡하지도 않은 게임이지.
이 게임은 선택과 집중으로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레인즈(Reigns, 군림)라는 모바일 게임과 흡사해. 아마 이 게임을 즐겨했다면 잘 알겠지만 내가 승리해서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보다 실패하고 사망했을 때 자극이 훨씬 크고 매력적이야.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선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나오는 지구 파괴 이유도 참 다양하지. 게임 기획 경험자의 시선에서 본다면, 유저에게 이러한 부분을 전달하는 건 의도가 있다고도 볼 수 있어. 가장 큰 자극이 되는 지점이 바로 기획자가 유저에게 말하고 싶은 부분이라는 게 내 생각이야.
또, 게임 내에 카드의 성장과 발전이 존재하고 발전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예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스템 일부를 닮았지. 이젠 고전 게임이 된 스타크래프트의 건물 쿨타임(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대기 시간, 그동안 그 건물은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음)을 생각하면 알 거야. 쿨타임이 들어갔기 때문에 게임은 긴박해지고, 그 사이에 각종 재해나 사건 사고가 등장할 수 있어서 긴장감을 줄 수 있지. 유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한을 두게 한다는 점. 저번에도 말했지만 유저가 무엇을 못하게 할 것인가, 이 부분 중요하다고 했지? 이것만 봐도 꽤 영리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어.
◼︎ 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
이제 가장 중요한 이유겠지. 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 기후 위기에 맞서는 게임이라니, 너무 역설적인 게임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대부분의 게임은 부수고, 벗고, 모은단 말이지. 우선 이 게임을 만든 찰스 게임즈(Charles Games)는 체코를 연고로 둔 게임 회사야. 이 게임 회사, 난 좋아. 왜 좋냐구? 무려 강아지가 회사 직원이야. 진짜야. 강아지 매니저 말고도 이 회사는 특이한 점이 참 많은 곳이야. 이 회사는 "진짜" 인디 게임 회사야. 한국에선 자본이 적은 회사를 인디 게임 회사라고 흔히 부르던데. 여긴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진짜 인디 정신의 회사라고. 세계 2차 대전의 비극, 나치 치하에서 생이별한 이야기, 사이버 괴롭힘 같은 엄청 돈이 안 되는 소재의 게임만 만들었다고!
특히 이번 게임은 위기에 처한 지역을 돕는 체코 비영리 단체 People In Need랑 함께 게임을 만들었다고. 여기에 1PLANET4ALL이라는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게임인데, 이 프로젝트는 유럽 청소년의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무려 유럽 위원회의 DEAR(Development Education and Awareness Raising)에서 자금을 지원한 게임이야.
따라서 이 게임의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확실해. 기후 위기를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지구를 망치고 있는지, 그걸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어. 다만 영어로 되어 있는 점, 그리고 다소 게임이 단조롭다는 점(물론 메시지를 위해 간략화했을 거야)은 아쉽기도 해.
난 이런 선순환이 너무 좋아. 게임이 단순히 자본에 귀속되어 그 논리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시선에서 세상을 바로 보도록 돕는 거. 그게 국가와 정부가 할 일이 아니겠어? 맨날 건물 짓고 쌓고 사장되고 부자 되고 다 패고, 성적인 욕구 채우고... 다른 시각을 얻고 싶다. 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면 이 게임, 해보는 걸 무척이나 추천해.
#링크
- 앱 스토어
https://apps.apple.com/kr/app/beecarbonize/id1664426101
- 플레이 스토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net.charlesgames.beecarbonize&hl=kr&gl=KR
#출처
https://climate.peopleinneed.net/beecarbonize-a-game-that-puts-earths-future-in-your-hands-10025gp
https://www.pockettactics.com/beecarbonize/mobile-review
https://www.acted.org/en/1planet4all/
https://charlesgames.net/games/
내가 저번에 다른 글에서 이야기를 한 번 했는데, 로제 카유아라는 프랑스 양반이 이런 말을 했어요. 놀이의 4대 요소는 경쟁, 우연, 흉내, 현기증이다. 이 중에서 흉내, 다시 말해서 역할 놀이는 참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지. 우리는 게임을 왜 하냐라고 했을 때, 게임에서 부여한 역할에 심취하는 경우가 많거든.
극단적인 예로, 일본 게임은 단순히 자기 능력을 올리거나 재화를 얻기 위해 의미 없는 전투가 많은 편이야. 속된 말로 '레벨 노가다'라는 표현을 어르신 게이머들이 많이 쓸 거야. 왜 이런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겠어? 자신이 게임 속 용자가 되어서 그래. 용자가 되었으니깐 어떤 시련도 이겨내야 하는 거고. 지금 하는 것이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고 의미가 없어도 꼭 성취하고 싶거든.
더 큰 의미에서 사람과 사람이 맞붙는 쌍방향 게임을 제외하면, 게임을 한다는 건 컴퓨터와 0 & 1로 소통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행동에 불과할 수 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즐긴 뒤 남는 건 허무함 아니겠어? 실제로 내가 게임 아카데미에 있었을 때 어느 교수님은 "이젠 게임을 즐길 수 없다. 게임을 보면 다 0과 1로 보인다."라고 말했을 정도니깐 말이야.
그렇다면 왜 우리는 게임을 즐기는 걸까. 그건 영화와 다르게 타인에 이입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나 자신이 되기 때문이며 조작이라는, 영화와 다른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그 행동들이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지. 왜 그래픽 쪼가리에 목숨을 걸고 돈을 쓰지? 그건 내가 그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고 나는 게임 안에서 그것을 조작함으로써 완성되지. 그럼 미소녀 게임에 빠진 옆집 철수도, 미소년 게임에 월급을 붓는 앞집 영희도 다 이해가 된다.
이제 게임으로 돌아와서, 텍스트 범벅인 이 게임에 집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가 기후 위기를 막을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온갖 발전소를 다 지어서 지구 멸망을 앞당길 수도 있어서야. 내가 지구를 살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할 놀이를 하는 거지. 게임을 하는 사람이 지구를 지킬 수 있다니 이것만큼 신선한 자극이 어디 있겠어?
◼︎ 선택과 결정의 미학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배출량(Emissions) 막대가 가장 눈에 띄고 그 밑으로 산업(Industry), 생태계(Ecosystems), 사람(People), 과학(Science)이라는 4개의 칸이 있어. 이 칸에서는 매시간 자원을 생성하거나 자원을 소비해. 자원은 돈, 사람, 과학 자원이 있어. 자원으로 카드가 발전하면 새로운 카드가 나오고 그 카드 중 승리 카드까지 도달하는 게 이 게임의 목표야. 잠깐만 해도 쉽게 적응할 만큼 복잡하지도 않은 게임이지.
이 게임은 선택과 집중으로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레인즈(Reigns, 군림)라는 모바일 게임과 흡사해. 아마 이 게임을 즐겨했다면 잘 알겠지만 내가 승리해서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보다 실패하고 사망했을 때 자극이 훨씬 크고 매력적이야.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선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나오는 지구 파괴 이유도 참 다양하지. 게임 기획 경험자의 시선에서 본다면, 유저에게 이러한 부분을 전달하는 건 의도가 있다고도 볼 수 있어. 가장 큰 자극이 되는 지점이 바로 기획자가 유저에게 말하고 싶은 부분이라는 게 내 생각이야.
또, 게임 내에 카드의 성장과 발전이 존재하고 발전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예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스템 일부를 닮았지. 이젠 고전 게임이 된 스타크래프트의 건물 쿨타임(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대기 시간, 그동안 그 건물은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음)을 생각하면 알 거야. 쿨타임이 들어갔기 때문에 게임은 긴박해지고, 그 사이에 각종 재해나 사건 사고가 등장할 수 있어서 긴장감을 줄 수 있지. 유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한을 두게 한다는 점. 저번에도 말했지만 유저가 무엇을 못하게 할 것인가, 이 부분 중요하다고 했지? 이것만 봐도 꽤 영리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어.
◼︎ 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
이제 가장 중요한 이유겠지. 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 기후 위기에 맞서는 게임이라니, 너무 역설적인 게임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대부분의 게임은 부수고, 벗고, 모은단 말이지. 우선 이 게임을 만든 찰스 게임즈(Charles Games)는 체코를 연고로 둔 게임 회사야. 이 게임 회사, 난 좋아. 왜 좋냐구? 무려 강아지가 회사 직원이야. 진짜야. 강아지 매니저 말고도 이 회사는 특이한 점이 참 많은 곳이야. 이 회사는 "진짜" 인디 게임 회사야. 한국에선 자본이 적은 회사를 인디 게임 회사라고 흔히 부르던데. 여긴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진짜 인디 정신의 회사라고. 세계 2차 대전의 비극, 나치 치하에서 생이별한 이야기, 사이버 괴롭힘 같은 엄청 돈이 안 되는 소재의 게임만 만들었다고!
특히 이번 게임은 위기에 처한 지역을 돕는 체코 비영리 단체 People In Need랑 함께 게임을 만들었다고. 여기에 1PLANET4ALL이라는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게임인데, 이 프로젝트는 유럽 청소년의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무려 유럽 위원회의 DEAR(Development Education and Awareness Raising)에서 자금을 지원한 게임이야.
따라서 이 게임의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확실해. 기후 위기를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지구를 망치고 있는지, 그걸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어. 다만 영어로 되어 있는 점, 그리고 다소 게임이 단조롭다는 점(물론 메시지를 위해 간략화했을 거야)은 아쉽기도 해.
난 이런 선순환이 너무 좋아. 게임이 단순히 자본에 귀속되어 그 논리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시선에서 세상을 바로 보도록 돕는 거. 그게 국가와 정부가 할 일이 아니겠어? 맨날 건물 짓고 쌓고 사장되고 부자 되고 다 패고, 성적인 욕구 채우고... 다른 시각을 얻고 싶다. 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면 이 게임, 해보는 걸 무척이나 추천해.
#링크
- 앱 스토어
https://apps.apple.com/kr/app/beecarbonize/id1664426101
- 플레이 스토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net.charlesgames.beecarbonize&hl=kr&gl=KR
#출처
https://climate.peopleinneed.net/beecarbonize-a-game-that-puts-earths-future-in-your-hands-10025gp
https://www.pockettactics.com/beecarbonize/mobile-review
https://www.acted.org/en/1planet4all/
https://charlesgames.net/games/
: 이 글은 2023년 3월 8일 얼룩소에 올라온 글을 재 업로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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