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기 전에 자기 스스로 그 일에 기대해라.
- 마이클 조던
스포츠란 무엇일까? 나와 남이 몸으로 겨루는 숭고한 전쟁? 목표를 향해 싸워서 쟁취하는 욕망의 분출? 한계를 향한 끝없는 도전? 뭐, 내가 스포츠 학과 교수가 아니니 이건 정확히 말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게임은 스포츠를 대리한다는 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말이라고 봐. 몸이 약하거나 몸을 망가지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나를 가상 공간에 놓고 겨루고 싶어 한다구요. 그래서 오늘 준비한 게임은 인디 게임이 아닌 아주 무시무시한 상업 게임이 되겠다.
왜 인디 게임을 소개하다 말고 상업 게임을 소개하느냐. 혹시 2023 올림픽 e스포츠라고는 들어보셨는지. 이번 제1회 올림픽 e스포츠는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가 국제 연맹, 게임 배급사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가상 시뮬레이션 스포츠 대회라고 한다. e스포츠로 올림픽이라니, 그리고 오늘 소개할 게임이 테니스 정식 종목이라고 하네. 벌써 궁금해지지 않아? ◼︎ 한계가 뚜렷한 스포츠 게임, 하지만...
우선 이 게임의 비판점은 뚜렷하고 매우 많아. 실제로 비판하는 유저들도 많고. 그럼 e스포츠 올림픽 종목이라서만 소개하느냐, 그건 또 아니야. 이건 모든 스포츠 게임이 가지고 있는 숙명과도 같은 거라서 이제부터 하나씩 뜯어보려고 해.
스포츠 게임은 경쟁을 기본으로 하며 나와 남이 경쟁을 해. 그리고 경쟁에는 사람이 참여하고 승자와 패자를 나눠. 따라서 사람이 패배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거지. 마왕을 무찌르는 롤플레잉 게임? 주인공이 어떻게 유리해지든 유저들은 잘 불만을 가지지 않아. 오히려 이야기 구성으로 이해하거나 자기가 강해진 상황을 즐기는 유저도 꽤 있어. 하지만 이건 스포츠 게임이야. 스포츠 게임은 공정성과 균형이 생명이거든.
내가 상대와 경쟁을 하는 데 무조건 지는 게임을 하지 않겠지. 하지만 모두가 공평한 게임이라고 한다면 게임 속 나의 성장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이게 무슨 장기나 바둑을 하는 것도 아니고 유저가 따분해지고 지루해질 거란 말이지. 결국 스포츠 게임은 나는 성장하고, 발전해야 하지만 게임은 공정해야 하는 아주 모순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롤이나 스타크래프트는 아니잖아요?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야. 아니 그건 일단 컴퓨터 게임이고 전략 시뮬레이션이잖아? 수익 구조도 달라요. 걔들은 일정 금액을 먼저 소비자에게 지급받으니 안정적이잖아. 그러면 일단 그 회사의 목표는 많은 유저 유입 하나만 달성하면 되고 따라서 더 많은 유저 유입을 위해 균형과 공정성에 신경을 쓰기만 하면 돼. (물론 예외도 있지. 콘솔 게임으로 나온 EA의 피파 시리즈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하지만 현재 무료 다운로드 게임, 특히 모바일 게임은 그 수익성을 담보로 하지 못해. 왜? 무료니깐. 쉽게 말해 엄청 열심히 만들었는데 돈은 못 버는 상황이 온다고. 여기에 그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무슨 균형과 공정성을 만들 시스템이 나오겠어. 기획자가 머리를 쥐어뜯을 정도야. 정말로. 그래서 최근에 나오는 스포츠 게임 역시 유저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서 차별을 유도하는 게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내가 더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다음에 또 이야기하자구.
이 게임도 그 비판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게임에 캐릭터 카드와 아이템 카드가 있는데 이 카드들은 각자의 레벨이 있고 그 레벨이 높으면 낮은 캐릭터를 쉽게 이길 수 있지. 그리고 재화를 얻기 위한 부수적인 이벤트가 너무 많아. 그 이벤트를 해야 자신의 캐릭터가 성장하기 쉬운데 역시 또 돈을 써야 하는 부분이지. 자신의 캐릭터 성장을 위해 유저의 주머니를 터는 전형적인 게임이야.
내가 저번에도 이야기한 게임은 계급과 차별을 조장한다는 말, 스포츠 게임은 훨씬 더 가혹해. 사실 현실 스포츠에서도 선수를 등급으로 나누고 기록으로 평가하잖아. 결국 정점에 올라간 선수는 우월감을 느끼며 돈과 권력, 지위를 얻지. 근데 돈을 써서 그 느낌을 대리 만족할 수 있다? 사람들이 스포츠 게임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일 거야. ◼︎ 모바일 게임이지만 적어도 게임의 재미는 인정
그러면 이렇게 많은 부분에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 게임, 왜 하는 걸까? 이 게임이 올림픽 e스포츠로 뽑힌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나는 제일 꼽고 싶은 점이 사람 간의 통신 연결 게임에서 원하는 곳에 공을 놓을 수 있는 부분을 굉장히 높게 사고 싶어. 테니스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좀 더 설명하자면 테니스는 상대의 진영에 공을 날리는 스포츠야. 테니스 라켓이라는 도구로 노란 테니스공을 쳐서 날리면 돼. 지나가다 한 번쯤 동네에서도 테니스를 치는 어르신들을 본 적이 있을 거야.
그런데 공을 날리는 방향과 세기를 게임으로 만들기가 쉬울까? 우선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야 하니 액정에 손을 긋는 방향과 속도를 측정해야 해. 그리고 그 측정치를 데이터로 만들어 저장해야지. 그리고 저장된 값을 좌푯값으로 변환하고, 그 값을 나의 화면에도 표현하고, 상대의 단말에도 표현해야 해.
이건 내가 뭣도 모르지만 단지 프로그래밍을 약간 해본 경험에서 아주 쉽게 말한 거야. 실제로는 더 복잡하겠지. 그런데 이걸 매우 세세하게 표현한 게임은 이 게임 외에는 찾기가 쉽지 않아. 세세한 공격이 가능한 테니스 게임은 사람이 아닌 컴퓨터와 경쟁하거나 인디 게임이라 편의성이 크게 떨어져. 그리고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이 하는 테니스 게임은 공격을 단순화하거나 본질적인 재미가 아닌 다른 방향의 게임이 많지. 예를 들면 일본의 코로프라コロプラ(COLOPL, Inc.)라는 유명 게임 회사도 하얀 고양이 시리즈인 하얀 고양이 테니스라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어.
이 게임이 그래서 악마의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 같아. 조작이 세세하기 때문에 유저는 실제 테니스와 비슷한 감각으로 테니스를 즐길 수 있지. 그런데 돈을 많이 쓴 유저는 능력이 세져 게임에서 유리해지지만, 조작을 잘하면 그 유저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그래서 많은 유저가 이 게임을 하지 않았나 싶어. 하지만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설치하고 싶다면 고민을 좀 하고 하길 바래.
◼︎ 올림픽 e스포츠가 되기 위한 과제
이 게임이 6월에 싱가포르에서 e스포츠로 진행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야. 사실 처음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부족한 부분은 조금씩 채워야겠지만 적어도 이 부분만은 꼭 반영했으면 싶겠다 하는 건 있어.
우선 게임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능력을 일정 이상 올린 유저도 상대방과 비슷한 능력으로 맞춰서 경쟁해야 해. 이 부분은 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개발사도 게임 내에서 균형을 맞추려 시도한 흔적이 있어. 예를 들면 이 게임에는 보유 금액에 맞게 입장할 수 있는 리그를 구분하는데 각 리그는 캐릭터 레벨과 아이템 레벨에 제한이 있어. 이미 게임 내 균형을 잡는 시스템이 있다는 거지. (이 시스템도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걸 풀자면 글이 복잡해져서...) 아마 클래시 로얄Clash Royale이란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레벨 제한을 이해하기 쉬울 거야.
스포츠가 되려면 선수 간 공정성이 필수라서 이 부분은 손봐야 하는 게 맞아. 그런데 이게 참 복잡한 게 말이지, 출전 선수의 능력을 동등하게 하면 이 게임을 좋아해서 오랫동안 과금한 유저의 박탈감은? 그렇다고 능력의 차별을 두면 이게 돈으로 이기는 게임이냐고 비아냥이 쏟아지지. 공정한 대회냐, 과금 유저 관리냐... 나도 머리가 아프네. 잘 해결하겠지 뭐.
그리고 네트워크 문제도 중요해. 이 게임을 하면 간혹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기더라구. 갑자기 화면이 멈추고 테니스공이 빠르게 지나가. 그리고 점수를 내준 적이 한두 번이 아냐. 내가 참 성격이 좋아서 넘어갔지.
근데 만약 대망의 결승전, 매치 포인트를 앞두고 선수가 공을 상대에게 보내는 순간, 네트워크 문제로 게임이 중지된다면? 그것만 되면 다행이게? 한 선수만 화면이 느려지고 공을 전혀 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래서 선수가 게임이 불공정하다고 관객이 있는 스타디움에서 항의한다면? 어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걸 스포츠로 부르긴 많이 힘들 거야, 그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부분도 개발사 쪽에서 준비를 잘해야 할 거야. 아마 3D 게임에, 기기별 화면 크기 차이, 위에서 설명한 공을 놓는 위치 설정 등의 여러 문제가 얽혀 있으니 이해는 할 수 있지. 하지만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건 e스포츠라는 점, 꼭 고쳤으면 해.
올림픽 e스포츠 공식 홈페이지에선 3월부터 종목마다 예선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내가 현재까지 본 바로는 이 게임은 아직 예선을 시작하진 않았어.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혹시나 스포츠나 테니스에 관심이 있으면 한번 알아봐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물론 예전부터 게임을 시작한 어마어마한 고수들이 있으니 선수로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 물론 재능이 있거나 타고난 센스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나도 어느 정도 스포츠를 좋아하는데도 쉽진 않더라고.
여담이지만 앞으로는 구어체가 아니라 ~다 어미를 붙여서 진지하게 적어볼까 싶기도 해. 게임 글이니 지루한 것보단 재미있게 적고 싶어서 구어체로 쓰고 있는데 나도 구어체가 쓰다 보니 불편해질 때가 있네. 마지막으로 스포츠 게임에서조차 "돈을 쓰는데 왜 이기지 못하냐"며 스토어에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이 많이 보여. 특히 한국 서버에서. 그럴 돈이 있으면 나 주시라. 그냥 나한테 돈을 주고 더 좋은 게임 리뷰를 많이 뽑는 게 인류 평화를 위해 좋지 않겠나 싶어. 그럼, 다음에 봐~ 안녕!
#링크
- 앱 스토어
https://apps.apple.com/kr/app/tennis-clash-sports-stars-game/id1346179411
- 플레이 스토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tfgco.games.sports.free.tennis.clash&hl=kr_KR
#출처
https://olympics.com/ko/esports/olympic-esports-series/tennis
https://support.olympics.com/hc/ko/articles/14377483462803-2023-%EC%98%AC%EB%A6%BC%ED%94%BD-e%EC%8A%A4%ED%8F%AC%EC%B8%A0-%EC%8B%9C%EB%A6%AC%EC%A6%88%EB%8A%94-%EB%AC%B4%EC%97%87%EC%9D%B8%EA%B0%80%EC%9A%94-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tfgco.games.sports.free.tennis.clash&hl=kr_KR
#출처
https://olympics.com/ko/esports/olympic-esports-series/tennis
https://support.olympics.com/hc/ko/articles/14377483462803-2023-%EC%98%AC%EB%A6%BC%ED%94%BD-e%EC%8A%A4%ED%8F%AC%EC%B8%A0-%EC%8B%9C%EB%A6%AC%EC%A6%88%EB%8A%94-%EB%AC%B4%EC%97%87%EC%9D%B8%EA%B0%80%EC%9A%94-
: 이 글은 2023년 3월 18일에 게재된 얼룩소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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