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산 KNN시어터에서 연극 우먼 인 블랙을 지인 소개로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생각보다 연극이 훨씬 긴장감 넘치고 놀랐던 장면이 많아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 대기 시간에 무대에 비춰졌던 음습한 글자들은 극의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우먼 인 블랙은 영국의 소설가 수전 힐의 소설 우먼 인 블랙을 각색한 연극으로 1987년부터 공연 중인 심리스릴러입니다. 줄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악몽같은 사건을 겪은 아서 킵스가 젊은 배우를 고용해서 그에게 자신의 젊은 시절을 재현시켜 고통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내용입니다.

 

▲아서 킵스역의 홍성덕 씨 ※출처 PLAYDB 공식 홈페이지

아서 킵스 역의 홍성덕씨는 영화 신의 한수를 비롯해서 많은 영화와 연극에 출연한 경력 있는 배우분이셨습니다. 처음 홍성덕 씨가 등장한 씬이 객석에서 일반인처럼 앉아 있다가 우연하게 연극에 참여하게 되는 씬이었는데 능청 맞으면서도 소심한 일반인 역할을 기가 막히게 하셨습니다. 그 뒤로는 점점 감정선이 드러나는 연기에 열중하시면서 굉장한 에너지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배우 역 이외의 모든 역할을 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끌어 갔습니다.

 

▲포스터보다 훨씬 잘 생기신, 배우 역의 김경민 씨

역시 다수의 연극 경험이 있으신 배우분이셨는데, 목소리도 쩌렁쩌렁 한것이 매력적이셨습니다. 젊었을 때의 아서 킵스 역할을 능청맞으면서도 즐겁게 묘사하셔서 보는 내내 신났습니다. 모든 상황이 연극이라는 설정이라 마차를 탈 때나, 집에 들어갈 때, 채찍질을 할 때 등을 모두 판토마임처럼 연기를 해야 했는데 김경민씨는 정말 리얼하게 하셔서 실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귀신을 볼 때나 당황할 때의 표정이 너무나 진짜 같아서 저도 놀라는 감정을 같이 공유할 정도로 연기를 잘 하셨습니다.

 

연극은 전체적으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분위기에서 속도감이 있었고 재밌었으며 무서웠습니다. 초반에 김경민씨의 밝은 분위기에서, 저택으로 들어가면서부터는 홍성덕씨의 점점 무거워지는 분위기, 그리고 각종 장치들이 빛을 발하면서 관객들이 연극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귀신이 실제 나오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무서웠고 여름밤에 즐길 수 있었던 연극이었습니다.

 

다만 관객 분들이 휴대폰을 끄지 않고 공연 도중에 주변 사람을 방해하는 모습들이 있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특히 제 옆에 앉았던 나이 지긋하셨던 사모님은 공연 도중인데도 사진을 대놓고 찍더라구요. 부디 다음 번에는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부산 경남 지역에도 이런 재미있는 연극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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