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영화관에서 명량을 보았습니다. 명량은 1597년 파직당했던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고 일어났던 명량해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순신이란 좋은 소재를 사용한 영화 명량

출처 : 다음 영화 명량


평면적 캐릭터


흔히 이 영화를 개봉시기가 겹친 군도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군도의 경우 극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존재 이유를 너무 부각시켜서(특히 조윤-강동원) 영화의 김이 빠졌다고 한다면, 명량의 경우에는 역사적 인물들을 너무 단편적으로만 사용해서 영화의 깊이가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가공매체이기에 상상력을 발휘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량의 인물들은 박제물 마냥 1차원적인 모습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본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고 지루해집니다.


이러한 점은 후반부 전투를 위한 캐릭터소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군도가 조윤이라는 캐릭터에 함몰된 나머지 다른 인물들이 쉽게 소비되었지만 그래도 인물들의 개성이 있어서 영화를 보면서도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던 반면, 명량의 인물들은 마치 교육방송의 역사물을 보는 듯한 딱딱한 느낌만을 지니고 있었으며 소모되는 과정 또한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 이순신을 제외한 인물들은 스토리를 받쳐주는 어떤 모습도 보여주지 못한다


영화의 고증 문제[각주:1]


명량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김억추는 이순신이 장계를 쓰고 난 뒤에 합류하는 인물로 고증대로라면 그는 회의 석상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또한 그는 배 한 척과 함께 합류하여 실제 명량 해전에 사용되는 배는 13척이 되는데도 영화에서는 12척만이 등장합니다. 또한 이순신이 어머니의 위패를 모시는 장면 또한 실제와는 다릅니다. 당시 이순신의 어머니는 그를 직접 찾아왔으며 배에서 숨졌습니다. 안위가 배설을 쏴 죽이는 것 역시 기록과는 다르며 배설은 도망을 가서 추후에 참형당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순신이 진영을 불태우는 장면이 나오지만 사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전투에서도 섬을 이용하거나 충파가 사용되는 모습들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고증과는 다릅니다. 일단 조선수군의 기본 전략은 화포를 통한 원거리 격침이었고, 충파를 사용할 경우 판옥선의 훼손이 이뤄지며 왜군의 육박전술을 당할 수 있기에 사용하지 않았던 전술입니다. 대신에 그 역할은 거북선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왜군의 상황도 실제와는 다릅니다. 구루시마라는 해적 장수가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도도 다카도라나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초면인 걸로 나옵니다. 그러나 이들은 다 같이 칠천량 전투는 물론 상륙 후 남원성 전투도 같이 치룬 경험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왜군들은 구루시마의 인도하에 출병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 고증에 신경을 썼지만 오류는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전투에 집중된 영화


명량의 전반부는 오로지 후반부의 전투를 살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화의 고증 문제가 맞지 않았던 것도 후반부에 비해 전반부의 내용이 밋밋했기 때문이며 억지로라도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한 영화 자체가 이순신과 정유재란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며, 저들이 왜 저러는가에 대해 영화에서 알려주는 부분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역사나 전쟁에 관심이 없는 관객에게는 어필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하며 남성 관객과 여성 관객의 호불호도 심한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왜군 장수들의 일본어 구사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어 발음은 물론이고 아예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이 있으며 이러한 점은 일부 관객들의 집중도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량에 기대하는 부분은 이순신과 명량해전에 대한 컨텐츠가 부족했기에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역사적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며, 전쟁의 무서움, 무모함과 허망함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는 교훈이 될만한 내용이란 점입니다.


  1. http://rainsinger.egloos.com/4505734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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