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는 1862년 조선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당시 조선의 상황은 민중들이 각지에서 봉기를 일으켜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으며 의적단 '지리산 추설'도 이 때를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백정으로 살던 돌무치(하정우)가 억울하게 부모를 잃고 추설의 일원으로 들어가 나주 지역의 권세가 조윤(강동원)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 영화의 주된 흐름입니다.


▲ 하정우, 강동원 두 배우의 열연이 빛났던 영화 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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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캐릭터


영화의 주된 내용은 돌무치의 복수 이야기지만 플롯이 하나가 아닌 것은 군도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적으로 등장하는 조윤의 서자 이야기는 돌무치의 복수 이야기보다 더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기며, 그 외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각자의 캐릭터를 부여받아 영화의 집중도를 높여줍니다. 인물이 여러 명이 등장함에도 그들 하나하나에 입체감을 부여한 점은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뜨겁고 폭발적인 느낌의 돌무치와, 차갑고 우아한 이미지의 조윤은 2014년 한국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중에서도 굉장히 짜임새있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선명한 두 사람의 대비 속에서 추설패로 나오는 조연들도 깨알같이 자신의 역할을 부여받아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 군도의 캐릭터는 사실적이며 인상깊다


멋진 액션과 통쾌한 분위기


약자가 강자에 대항한다는 무거운 주제와 상관없이 영화는 대부분 활기차고 밝으며 멋진 액션을 강조합니다. 돌무치가 짧은 칼로 공격할 때의 거친 느낌, 조윤이 긴 칼로 공격할 때의 우아한 느낌은 액션을 최대한 살린 군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배우 중 검을 가장 잘 다룬다는 강동원의 검무는 여성 관객뿐만 아니라 남성 관객마저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 외에도 현실감을 살린 경쾌한 전투들이 많으며 그 중에서도 돌무치가 후반에 기관총 같은 대포를 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웨스턴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웨스턴영화를 추구하면서도 굉장히 밝고 코믹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합니다. 돌무치와 조윤이 극의 진지함을 유지하는 구성이기에 이 역할은 지리산 추설패가 영화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초반에 지리산 추설패가 나주목사를 잡기 위해 보여준 일련의 코미디 같은 장면은 무거운 주제를 재밌게 풀어가려는 감독의 의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멋진 액션은 이 영화에서 큰 볼거리 중 하나다


조윤이 다른 모든 것을 먹어버렸네


영화에 등장하는 조윤은 극에서 가장 입체적이며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만 역설적으로 이것 때문에 영화가 약간 아쉬워진 부분도 있습니다. 조윤이라고 하는 가상의 캐릭터에게 사실감을 불어넣기 위해 영화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고, 영화의 축이 돌무치에서 조윤 쪽으로 치우쳐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헷갈리게 하였습니다. 분명 군도는 도적들을 주제로 한 영화임에도 뚜껑을 열어보니 서자의 억울한 이야기가 주가 되어 버린겁니다. 분명히 짜장면을 시켰는데 짬뽕이 나온다면 그 짬뽕이 아무리 맛있어도 이게 뭐지 하는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조윤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인 나머지 다른 캐릭터들이 더 두드러질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였으며 결국 소모적으로 사용되어 버린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추설패들의 등장은 화려하고 좋았으나 그들이 왜 저렇게 싸웠는지, 혹은 그들이 왜 저렇게 죽어야 했는지에 대한 부연설명이 영화 내에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조윤과 돌무치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초반엔 멋지게 나왔지만 후반엔 급격히 사라져버리는 인상이 있으며 이것은 영화에 있어서는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나레이션과 챕터 부분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입니다.


▲ 조윤은 군도의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 있는 액션 영화이며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에서 본다면 충분히 통쾌함을 느낄 훌륭한 상업영화입니다. 만화를 보듯 돌무치와 조윤의 대결을 즐긴다면 영화의 재미는 두 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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