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넷플릭스

 

일단 스포는 아니다. 흑백요리사를 어제까지 몰아서 와이프와 다 보긴 했지만 여기에는 스포는 넣지 않을 거다. 그래도 불안하시면 넘기시길. 

 

최근에 많은 일이 있었다. 이삿짐을 셀프로 옮기다 보니 매번 짐을 풀고 옮기기를 반복해서 지친다. 그래서 다음에는 꼭 이사짐 센터를 이용하자고 와이프와 약속했다. 아직도 조금의 짐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전 전세집이 계속 안 빠지면서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있다. 받아야 할 돈이 한 두 곳이 아닌데, 전세금은 꽤 크다. 집 주인이 일처리를 늦게 하는 바람에 부동산에 연락도 늦어졌고, 그래서 근 2개월 째 대출금의 이자를 내며 새 집에서 살고 있다. 찝찝한 게 남아 있으면 짜증이 나는데,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커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더 유저 패치 일을 그만두고 싶긴 하다. 

 

어제는 드디어 흑백요리사를 다 봤다. 와이프 추천으로 봤는데 편집을 너무 보고 싶게끔 만들어서 나오자마자 거의 다 몰아봤다. 흑과 백, 서민 음식과 고급 음식, 그걸 하나의 실력으로 구분하는 세계관은 적자생존,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것 같다. 다만 실력을 서로가 인정하고 존중하는(몇몇은 안 그랬지만) 모습을 사람들이 멋있어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만화를 보는 느낌으로 편하게 봤지만 실제 만화 캐릭터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좀 무섭기도 하다.

 

눈여겨 본 분은 에드워드 리라는 분이셨다. 선하게 생긴 외모에 배려있는 모습까지. 그리고 그가 재미교포라는 걸 알게 되자 내가 회사에서 경험한 한 분이 떠올랐다. 일본에서 게임하면 떠오르는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한 기획자. 그 분과 운 좋게 1년 정도 같이 일했고 한국 기획자들과는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아이디어 회의에만 하루 내내 시간을 쓰기도 하고, 혁신적인 게임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겪으며 게임 개발 중 0에서 1을 만들어 내는 소중한 경험을 배웠다. 

 

그 분도 에드워드 리처럼 일본인이지만 서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일본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는 분이셨는데 항상 겸손하고 나에게 공을 다 넘기고(그가 다했음에도) 잘 웃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방송의 몇몇 흑수저마냥 교만하고 단호했다. 내가 다 옳은 것마냥 이야기를 했던 시절에 그 사람을 만난 건 천운이었다. 

 

그렇게 만난 동료와 거의 비슷한 인상의 에드워드 리를 보면서, 나는 그 역시 유년 시절 얼마나 많은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는지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었다. 그 분과 비슷한 연배라면, 분명히 그 시절 인종 차별은 전 세계에서 공유하는 하나의 시스템이자 문화 양식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기획자 분이 겪었던 수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래서 에드워드 리의 겸손함은 물론 타고 난 것도 있지만 스스로 체득한 것도 있으리라고 본다. 내가 당했기 때문에, 너도 같은 인간이고 나도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 그건 스스로 경험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우리 세상의 모습을 본다. 다양하지만 슬프거나 아픈 것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누구를 적으로 볼 것인가, 누구를 아군으로 볼 것인가 이전에 우리 모두가 사람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없이는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을까? 역사학도의 눈에는 그저 하나의 세계가 생기고,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고 다시 생기는 과정에서 인간은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다시 무너트리는 역사를 반복했던 것이 보일 뿐이다. 인간은 불완전하니 탐욕과 이기심이 생기고 그 차이는 결국 더 커져서 나라는 무너진다. 

 

두서없는 글이 됐지만, 이제는 여기서 편하게 글을 쓰기로 생각했으니... 이제 일본어 모임을 하러 나가봐야 겠다.

Posted by 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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