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친구 집에 들러 점심 먹고 뭘 할까 하다가 친구 G가 스파6 클로즈드 베타에 합격했다면서 우연히 스파 6를 하게 되었다. 둘다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편인데 나는 게임 패치를 만들면서 격겜에 손을 놓은 편이고, 친구 G는 아직도 엄청 즐기고 있다. 나이 때문에 난 이제 손이 느려서 할 때마다 화가 난다. 피지컬 때문에 게임을 지는 게 많아지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왜 나이 많은 축구 감독들이 "내가 젊었을 때" 드립을 치는 지 알 것 같다)

 

각설하고, 이번에 느낀 감상은 이렇다.

 

1. 초보, 고령자 유입을 위한 시도들

일단 너무 빠르지 않고 초보나 고령(?) 유저에게도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게 인상적이다. 키 숫자를 세 개로 줄이고 특수 키를 추가한 모던 모드를 넣었는데, 조작을 어렵지 않게 한 점도 지금까지 쌓아온 캡콤의 역사를 생각하면 혁신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익숙한 클래식 모드로 시작했는데 하면서 차라리 모던 모드로 했으면 어땠을 까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으니, 키 숫자를 줄인 건 좋은 시도인 것 같다. 다만 키를 3개로 줄이면 일부 기본기가 안 나간다는 말도 있어서 꼭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점도 있다.

 

2. 템포나 리듬감이 좋다

나 같은 올드 유저들에겐 최근 격투 게임은 템포가 너무 빨라 정신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스트리트 파이터 6는 그 템포나 리듬감이 예전부터 쌓아온 것과 비슷해 적응하기가 편했다. 뭐 용호의 권이나 아랑전설 2의 속도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정도면 빠른 게임을 좋아하면서도 콤보 입력이 힘든 유저들에겐 딱 맞는 속도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이것도 힘들다 하는 유저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KOF99 김갑환 공연격 - 봉황각 콤보를 요구하는 건 아니니깐...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 싶은 정도라 다행이었다. 

 

3. 새로운 시스템 역시 합격점 

스트리트 파이터 4에서 나왔던 세이빙 어택(단어가 맞는지 모르겠다. 정식 리뷰가 아니라 대충 적음)과 비슷한 느낌의 드라이브 임팩트. 덕분에 구석에 몰렸을 때 드라이브 임팩트로 벗어날 기회를 초보에게 줌과 동시에 이걸 역이용하는 것들이 생겨나 심리전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나같은 유저에겐 가로우 마크 오브 더 울브스를 떠올리게 하는(물론 다른 게임에도 공캔은 많이 있다) 드라이브 러시. 그 외 가드 굳히기로 장풍 무효화라든지 밸런스를 생각하며 기존 타 격투 게임의 시스템을 잘 갔다 쓰면서 조화를 갖춘 게 많이 보인다. 이런 시스템들을 넣는 것 보다 어떻게 시스템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느냐가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어색함이나 부족함은 없어보였다. 물론 베타고, 내가 많이 플레이를 안 해서 그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일로 플레이했는데, 내 영상은 아쉽게도 찍진 못했다. 가일 머리가 더 외계인 같아져서 고르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 그나마 견제형 캐릭터라 손 느리고 나이먹은 나한테 적합했는데, 힘들었던 건 캡콤 모으기 캐릭터가 더 모으기 시간에 엄격해서 그런지 그로기 상태에서 초필 입력이 초반에 꽤 애를 먹었다. 그래도 적응하니 후반에는 꽤 많이 이겼고 간만에 격투 게임을 오래 붙잡고 해서 재밌었다.

 

살짝 가일 초보 팁이라면 점프 강발 - 앉아 중손 2 - 서머 솔트 중(강은 판정이 좋지만 중이 대미지가 더 좋다), 앉아 중발 - 앉아 중손(중단), 이것 2개만 잘 기억해도 운영하기 편하니 가일 초보라면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하다. 특히 앉아 중발은 리치가 길고 딜레이도 짧아 상대가 앉을 걸 요구하는 데 이때 특수 입력으로 중손을 넣어주면 초보 분들은 계속 맞는다. 너무 남발하다간 드라이브 임팩트 날라오니 그때 역으로 한번 더 드라이브 임팩트를 써주면 된다.(영상 맨 끝 부분 참조) 이걸 계속 썼더니 친구가 옆에서 양학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뭐 적당히 쓰시길 바란다.

 

아무튼 스파 6가 내년 여름에 나온다면 꽤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친구 G에게도 여기를 빌어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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